▶ 1980년 후 미국내 타인종 간 혼인 두배 증가 불구 지난 2년간 동양인-타인종 부부는 10%나 줄어 “백인이랑은 다른 강한 유대감·가족들도 환영” 이유
▶ 동양인끼리 결합 증가 왜…
8년 전 하버드대 철학과 재학시절, 리앤 영의 데이트 상대는 백인이었다. 리앤뿐 아니라 그녀의 아시아계 친구들도 대부분 백인과 교제했다. 그러나 현재 리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대학 동창들의 결혼사진에는 타인종 배우자가 거의 없다. 보스턴 태생의 중국계 이민 3세인 리앤의 남편 신 가오 역시 동양인이다. 하버드 의대생으로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광팬인 그는 중국 복건성 출생이다. 리앤이 결혼상대로 일부로 아시아계 남성을 물색한 것은 아니었다. 둘은 보스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첫 만남부터 왠지 마음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한 이들은 서로의 언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광동어를 구사할 줄 아는 리앤은 베이징 표준어인 만다린을 배웠다. 반대로 만다린을 이해하는 가오는 리앤의 ‘지도’하에 광둥어를 학습했다. 지난해 결혼한 리앤(29)과 가오(27)는 언젠가 태어날 2세들에게 광둥어와 만다린을 가르칠 계획이다.
보스턴 칼리지에서 심리학 조교소로 근무하는 리앤은 “중국 문화가 우리 부부는 물론 아이들의 삶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타인종간 혼인율은 사상최고 수준이다. 지난 30년간 다른 피부색을 지닌 남녀사이의 결합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같은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센서스국 통계자료 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인종적 배경이 다른 배우자를 맞아들인 미국 태생 아시아계 남녀는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 다른 자료는 1980년도에 7%에 불과했던 미국 태생과 해외 출생 아시아계 남녀 사이의 결합이 2008년에 21%로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동양인들 사이의 ‘끼리끼리 결합’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2010년 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타인종 배우자를 맞아들인 동양계 미국인들의 비율은 2010년 기준으로 28%를 기록, 전체 인종들 사이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동양계 미국인들 사이의 결혼 증가는 지난 30년간 기록된 아시아 지역 이민 급증세와 맞물려 있다. 1980년 미국 내 동양인 이민인구는 220만명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5배에 가까운 1,020만 명으로 늘어났다.
아시아계의 타인종과의 결혼 추세도 국적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한 예로 백인과의 결합률은 남녀를 불문하고 일본계 미국인들이 가장 높다. 반면 베트남 남성과 인도 여성은 백인과의 혼인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도 차이가 있다. 2010년 현재 타 인종과 결혼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은 전체의 36%인데 비해 남성이 비율은 17%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베트남계 미국인 변호사 차우 레(33)는 2004년 옥스포드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아시아 남성과 결혼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부모는 그녀가 베트남 남성과 결혼해 주기를 바랐고, 차우 역시 맞선을 피하지 않았으나 동족 남성과의 데이트는 번번이 무위로 끝났다.
사실 그녀는 아시아 남성에 대한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취사는 물론 가사와 육아까지 몽땅 배우자에게 떠넘기는 동양인 남성의 ‘괘씸한 행태’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데이트 상대도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백인 남성과 짝을 이룰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그러나 백인 남지친구를 부모에게 소개시킨 후부터 자신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해 주는 상대를 만나고 싶어졌다.
동료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려 놀기 좋아하고 야심만만한 성격의 기업 변호사인 차우는 부모님 앞에서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얌전한 숙녀로 변신한다. 대화를 나눌 때에는 어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살포시 눈을 내리깐다. 부모님의 차를 직접 따르고 과일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드린다. 음식접시는 늘 공손하게 두 손으로 내민다.
백인 남자 친구는 그녀의 이런 행동에 소름이 돋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둘 사이는 그날로 끝장이 났다.
2010년 가을,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인도계 변호사 네일 바이시나브(30)와 약혼했다. 네일은 차우에게 “부부란 동등한 가정의 동반자”라며 기특하게도 “가사일 분담”을 약속했다.
그는 차우의 부모 앞에서는 입맞춤을 하려 들지 않았고 예비 장인과 장모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일부러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용케도 알았다. 차우와 마찬가지로 집안 어른들을 아저씨, 아주머니로 호칭해 친척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땄다.
둘은 10월에 결혼식을 올린다. 차우는 바이시나브에게서 백인과 데이트할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강한 문화적, 정서적 동질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대만계 미국인 여성인 앤 류(33)의 경우도 필리핀계 엔지니어인 스티븐 아르보레다(33)의 폭풍 같은 구애를 받기 전까지는 백인 남성과 결혼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의 남자친구들을 잡티하나 섞이지 않은 ‘백색 일색’이었다.
류의 친구들조차 아르보레다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자 “쟤는 백인만 사귄다”며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때 쯤 류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만을 골라 사귀는 백인 친구들에게 슬슬 염증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아무래도 그들은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성적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구체적인 개인으로 이해하기보다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대할 뿐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류는 아르보레다의 ‘접근’을 허용했다. 아르보레다는 이제까지 그녀가 사귀었던 백인 남자친구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부모들도 동양적 예의범절이 확실한 그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와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류는 다소 긴장했다. 백인 남자친구들과의 관계를 깨버린 카드를 꺼내들 시간이 온 것이다.
그러나 아르보레다는 “언젠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그녀의 일방적 통고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에게는 아시아계 이민가정이 고수하는 전통적인 풍습이라든지 그녀에게 요구되는 집안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구구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류는 “남편에게서 이전의 데이트 상대들에게서는 맛보지 못했던 강한 유대를 느꼈다”며 “그것이 그와 결혼한 부분적 이유”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