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은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국수가 먹고 싶다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길거리에 나서면고향 장거리 길로소 팔고 돌아오듯…
[2023-04-25]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적신다 생각하면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때린다 생각하면나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는 것이다.봄비지만 하늘변죽을 울리며 멀리…
[2023-04-18]넓은 땅 필요치 않아,엉덩이 하나 걸칠 자리면 충분하지보도블록 틈새면 어떻고아스팔트 갓길이면 어때겹겹이 접어 온 마음꽃대 속에 한 톨도 남겨두지 않고지상을 환하게 밝혀보길 잘했어…
[2023-04-11]무금선원 뜰 앞 늙은 느티나무가올해도 새순 피워 편지를 보내왔다내용인즉 별것은 없고세월 밖에서는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말만 다를 뿐 같은 것이라는 말씀그러니 가슴에 맺힌결석…
[2023-04-04]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펄펄 끓는 물속에서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동그랗게 몸 포개…
[2023-03-28]산청 응달에도 꽃이 피고 산청 무덤에도 꽃이 핀다 얼어붙었던 산청 개골창에도 꽃이 핀다 산기슭 한 뭉텅이가 풀썩, 무너져 내린다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딨누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
[2023-03-21]민들레는 책벌레다 바람의 글씨, 물의 문장, 구름의 책 언제 다 읽어내려는지 시험 공부하듯이 중요한 대목마다 방점을 찍어간다 그의 오래된 꿈은 하늘의 백과사전에 방점을 찍어보는 …
[2023-03-14]코미디를 보다가 와락 운 적이 있다늙은 코미디언이 맨 땅에 드러누워풍뎅이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그만 울음을 터뜨린 어린 날이 있었다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아이가 코미디를 보…
[2023-03-07]파평 윤씨 부인 묘역에서꽃봉오리 갓 올라온할미꽃 몇 뿌리 캐어모종삽에 받쳐 들고 오는데산비알 밭에서밭갈이 하는 어미소 따라엇송아지 한 마리가강중강중 뛴다저승의 무덤 떠나 이승의 …
[2023-02-28]노인정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뒤에서 보면다 내 엄마 같다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놀다무심하게 돌아갈,어깨가 동그럼하고낮게 내려앉은 등이 비슷하다같이 모이니 생각이 같고생각이 같으니…
[2023-02-21]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날아간다 나비는 잘 접힌다 또 금방 펴진다 나비가 될까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깜빡인다 나비는 몸이 가볍다 생각이 가볍다 마음먹은 대로 날아…
[2023-02-14]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임 한 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
[2023-02-07]할망구 둘이 소주를 마신다.두부 부침 4천원참이슬 3천원소주 한 병을 2시간 동안 마신다.돈도 읍는디 술 사줘서 고맙지라, 고맙지라했던 말 수십 번 반복하면서오래 사셔잉, 그랴,…
[2023-01-31]외롭다는 것과 의롭다는 것은한 자 차이거나 좀 더 되는 것 같아도나는 같은 말이라 믿는다아, 다르고 어, 다른 법칙이 없지 않겠으나세상이 때론 그런 것처럼모른 척 넘어가다 들켜도…
[2023-01-24]여기서부터, - 멀다칸칸마다 밤이 깊은푸른 기차를 타고대꽃이 피는 마을까지백년이 걸린다‘죽편·1 -여행’ 서정춘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누구든 이 푸른 기차를 타기만 하면 멀다. …
[2023-01-17]물길 뚫고 전진하는 어린 정어리 떼를 보았는가고만고만한 것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서로 알아서제각각 한 자리를 잡아 어떤 놈은 머리가 되고어떤 놈은 허리가 되고 꼬리도 되면서 한 …
[2023-01-10]길이 끝나면 거기새로운 길이 열린다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다른 쪽 문이 열린다겨울이 깊으면 거기새 봄이 걸어나온다내가 무너지면 거기더 큰 내가 일어선다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정직…
[2023-01-03]갈 데까지 간 사랑은 아름답다잔해가 없다그곳이 하늘 끝이라도사막의 한가운데라도끝끝내 돌아와가장 낮은 곳에서 점자처럼 빛난다눈이 따스한 것은모든 것을 다 태웠기 때문눈이 빛나는 것…
[2022-12-27]눈발이 우는 창밖달랑 하나 남은 모과가 나를 보며 웃는다울퉁불퉁한 뒤통수를 긁적이며눈 둘 데를 찾느라앞을 보는지 뒤를 보는지찬바람 마중하듯 웃던그날의 오빠처럼책을 가득 담은 바랑…
[2022-12-20]캄캄한 밤 시골집 마당 수돗가에 나와옷을 홀딱 벗고 멱을 감는데수만 개 눈동자들이 말똥말똥 내려다보고 있다날이 저물어 우리로 간 송아지와 염소와 노루와풀잎과 나무에 깃들인 곤충과…
[2022-12-13]생후 3개월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뉴저지 한인 여성 그레이스 유씨에게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13일 뉴저지주법원 버겐…
최근 LA와 뉴욕, 워싱턴을 비롯해 미 전국적으로 이민당국의 강력한 불법체류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난데일과 스털링…
14일 워싱턴DC에서 육군 창설 250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이 열렸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79번째 생일날이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