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읽어 좋은 짧은 시 한눈에 다 들어온다. 잠시 눈을 감으면 미처 들어오지 못한 여운까지 오래오래 가슴에 머문다. 그런 날 종이에 손을 베인다. /…
[2015-04-07]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춤을 가르치셨다고 한다 나는 그걸 전혀 몰랐다 오히려 그 반대인 줄 알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볼룸댄스를 좋아했다 우아한 선회팔의 곡선과 멋진 발놀림,…
[2015-04-02]북조선에선 남녀가 사귀는 걸 두고 연애질이라고 한다는데, 연애질! 그 질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보여 삽질 가래질 쟁기질 써래질 호미질 낫질로 일구…
[2015-03-31]늦은 밤 42가 지하철 역에서. 시내 기차를 기다리며 플랫폼을 오간다. 적선을 할 힘조차 없다 잡지 판매대의 책 표지를 응시하고 있는 내 뒤를 누군가가 지나간다 오…
[2015-03-26]강남 한 복판에서 생각이 비파나무 젖은 잎사귀처럼 너울거릴 때가 있다 비파, 비파, 비파, 본 적도 없는 악기를 켤 때가 있다 비가 오니 내가 멀리 있다 고대 인도의 …
[2015-03-24]바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별장에서 생을 보낼 수 있다면 좋을거야 아침이면 차고, 축축한 바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로컬 아티스트가 된다면, 기분 좋은 노인, 전통적…
[2015-03-19]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며칠을 더 지체했습니다 당신을 업고 천변에 나옵니다 오늘밤 저 꽃들도 누군가의 등에 얌전히 업혀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한…
[2015-03-17]불은 꺼진, 그래, 옛사랑이여 빨래방에 가면 그대가 몹시 그립네 그대의 도움 없이 시트를 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냐. 나 혼자 끌고 당기고, 그대 손을 당할 수가 없다네 …
[2015-03-12]혼자 몰래 마신 고량주 냄새를 조금 몰아내려 거실 창을 여니 바로 봄밤. 하늘에 달무리가 선연하고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비릿한 비 냄새. 겨울난 화초들이 심호흡…
[2015-03-10]여동생의 투도아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다트 검버섯 핀 손으로 관절염이 없는 왼쪽 발목 쪽으로 큰 몸을 기울이며 왜? 나를 이렇게 웃겨서 도로 주저앉게 하는 거냐고 지팡이…
[2015-03-05]춘계 전국야구대회 1차전에서 탈락한 산골 중학교 선수들이 제 몸뚱이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지고, 목련꽃 다 떨어져 누운 여관 마당을 나서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2015-03-03]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
[2015-02-26]여름이면 이모네 여관에 와 이 주일씩 머물던 프랑스 여자 긴긴 7월의 저녁, 그녀는 나와 동생을 보트에 태우고 드넓은 호수 한 가운데로 노를 저어갔었지. 하늘과 호수를 …
[2015-02-24]라일락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살림이라곤 바람에 뒤젖히며 열리는 창문들 비 오는 날이면 훌쩍거리던 푸른 천장들 골목으로 들어온 햇살이 공중의 옆구리에 창을 내면 새는…
[2015-02-19]진흙과 밀짚이 바닥을 허물고 있는 네브래스카 레드윙에 있는 교회 입구에는 트랙터가 놓여있다. 널빤지 같은 것들이 들어가는 길목에 계단처럼 쌓여 있는 그 뒤로, 부서진 쟁기가…
[2015-02-17]내 안에 이 세상에 대한 절망이 자라나 어둔 밤 아주 작은 소리에도 눈을 떠 나와 아이들의 미래가 두려워질 때 나는 밖으로 나가 야생 오리들이 아름다운 제 모습을 물그림자…
[2015-02-12]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이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2015-02-10]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
[2015-02-05]정원이 음산해지고 있다. 다리와 날개 사이 창백한 거리에 비추이는 것들, 나는 떠나는데 능숙한 자 사냥에 지친, 잿빛, 여윈, 무엇에 짓눌린 듯 낮게 엎드린, 나의 형색은 …
[2015-02-03]오늘 나 무전여행을 떠나니 비록 굶거나 잠자리가 불편할지나 시로서 사물을 보며 소설 같은 모험으로 수필 같은 일기를 쓰게 하소서 어느 곳에서든 시심으로 사물을 보고 …
[2015-01-29]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사진)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오는 25일(월) 워싱턴 DC에서 열릴 전망이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 회장 맥리)가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과 위안부 운동을 조명한 다큐 영화를 만들…
애틀랜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본부 건물에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진 범인이 평소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에 빠져있었던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