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틀에 가두어 키를 키우던 토끼가 사각의 틀을 깨고 나와 남새밭을 휘젓고 있다고 둥근 콩잎의 초록빛을 모조리 뜯어 먹는다고 콩밭 주인 할머니가 전화통 속에서 길길이 뛴…
[2013-10-03]시월은 가장 쓸쓸한 달, 그대가 만약 추코트카반도에 가게 된다면 그건 베링해의 우울한 샹송을 가슴으로 듣는 기회가 될 거예요. 순록들은 두툼한 고요를 몸에 두르고 한 뿌리…
[2013-10-01]내가 숲 속에 있을 때 특히 버드나무, 주엽 그리고 너도밤나무, 참나무 소나무들이 은밀한 즐거움을 내뿜어주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나를, 날마다, 구원한다고 할 수도 있다…
[2013-09-26]지하철 출근길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핸드백을 열고 화장을 한다 새끼 누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장정에 오른 누 떼의 헐거운 발굽이 탯줄 같은 상형문을 마른하늘에 눌러쓴다 …
[2013-09-24]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
[2013-09-19]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 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
[2013-09-17]맑은 영혼의 땅 티베트에도 거지가 있다 사원이나 찻집마다 따라 붙는다 티벳사람들, 주머니가 궁해도 이승의 공덕을 쌓게 해주어 고맙다고 거지를 후하게 대한다 시인살이 하…
[2013-09-12]전봇대, 가로등, 그녀 다시 전봇대, 전봇대, 가로등, 그녀 다시 가로수 하나, 둘, ....., 그녀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 흐려지는 풍경, 다시 세피아, 액센트, 누비라…
[2013-09-10]할아버지는 Toner’s Bog에서 잔디를 가장 많이 자르는 분이셨다. 한 번은 종이로 엉성하게 막은 우유병을 할아버지께 갖다드린 적이 있는데 한 번에 쭉 들이키신 후, …
[2013-09-05]시고 떫은 열매를 매다는 그 나무에 곱은 꽃잎만 피우는 그 나무에 어쩌자고 실밥 같은 벌레가 오글대는 것일까 삭은 날개를 기운 나방이 날아드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당연한…
[2013-08-29]많이 아프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어떤 것보다 더 아픈 것보다 더 아픈, 황홀하고 어지러운 밤낮의 취기에서 뛰어나가 헤매며 머리 부딪혀 피 흘리는 맹목의 밤벌레의 울음처…
[2013-08-27]그녀가 등장한다. 그녀의 구두 뒤축에서 우수수, 사막이 떨어진다. 그녀는 사막을 가로질러 왔으리라.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모래 폭풍이 묻어있다. 모래 폭풍은 그녀의 흔적을 지우며…
[2013-08-22]오늘은 침대를 뉴욕시로 가져갈 거야 찢어진 담요와 늘 가지고 다니는 시트면 침대는 완성되지; 나는 이것들을 밀며 세 개의 캄캄한 고속도로를 건너거나 600,000 희미한 별…
[2013-08-20]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
[2013-08-15]우리동네 김 할머니는 짝을 만난 지 반세기만에 불공평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 했습니다 키도 생김새도 다른 찻잔과 받침대가 어떻게 짝이냐고 젓가락처럼 키가 맞기를 하나 신발…
[2013-08-13]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행간을 따라 번져가는 불이 먹어치우는 글자들 내 눈길이 닿을 때마다 말들은 …
[2013-08-08]형은 평생 독선생을 자청한 할아버지의 두툼한 손을 가졌다 고등학교를 들어갈 나이가 되어서도 공책 몇 장씩 가족 이름만을 필사하던 장애 이급의 손을 가졌다 그는 가난한 친…
[2013-08-06]겨울이 되니 파리가 천장에 붙어 꼼짝하지 않는다. 나는 파리채로 파리를 잡았다. 여름에는 잘도 도망가다가 지금은 아예 꿈쩍도 안 한다. 그래서 내년 여름에 보자 하고 …
[2013-08-01]하루해를 보내고 돌아와서 투명하고 첨언 없는 물 한 컵을 그로부터 받는다 그는 손도 없이 내 앞에 서 있다 내가 밟고 하루를 다니는 그 땅에서 올라온 물 설계도 도모도 없…
[2013-07-30]나는 디지털 노마드 지금부터 짐을 챙기자 노트북컴퓨터 센트리노 1.8G/ 하드 80G USB 메모리 512M 디지털카메라 900만 Pixel MP3 플레이어 iPOd 6…
[2013-07-25]‘뉴욕한인회 창립 65주년 기념식 및 제38,39대 뉴욕한인회 신·구회장 이·취임식’이 지난 12일 퀸즈 베이사이드에 위치한 KCS뉴욕한인봉사…
이상현(Sang H. Yi) 전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의원이 연방 교통부 해상청장 대행(Acting Maritime Administrator)에…
이스라엘과 무력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란이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다급히 보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