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의 바탕으로 내세우는 통일 3대원칙은 첫째, 외세에 의존하거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이룩해야 한다. 둘째, 무력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실현해야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한 민족으로서 대단결을 도모해야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통일원칙이 담긴 7·4공동성명은 당시 남한엔 박정희 유신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북한엔 1972년 사회주의 헌법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각각 빌미를 제공했다.
이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마당에 왜 북한당국은 당 기관지 로동신문과 조선 중앙통신을 통하여 매일같이 이 3대원칙을 내세우며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이 원칙을 받들고 있다고 하는가?
북한이 표방하는 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의 통일원칙은 북한의 근본 정책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외세를 제거한 자주적 통일’엔 미군 철수와 미-남한 관계를 분리시킨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 ‘평화적 통일’ 은 무력을 통한 통일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북한의 이같은 태도변화를 믿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북한이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의도를 포기한지는 오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력사용 포기가 곧 북한이 자국에 이로운 통일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족 대 단결을 통한 통일’도 남북한이 서로 합의했다지만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상이하다. 남한은 이 민족단결을 민족공동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켜 민족의 동질성을 이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민족 대 단결의 개념을 좀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1993년 4월7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이「조국통일을 위한 전 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을 발표했다.
이 10대 강령 내용을 요약하면 ▲자주, 평화, 비동맹국가 창설(제1항) ▲사대주의와 민족허무주의 배격(2항) ▲공존, 공영, 공리 도모 및 ‘불간섭을 통한 진보’와 번영(3항) ▲모든 형태의 전쟁, 비방, 중상 중지 및 외세의 간섭과 침략에 공동대처(4항) ▲불침략 불위협 수락 및 흡수통일 배격(5항) ▲친남 친북 불시비 및 모든 정치범 석방과 복권(6항) 등이다. 로동신문은 6월5일 논설에서 이 10대 강령이 곧 민족 단결의 대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북한의 주장은 남북한이 1992년 채택한 남북 기본 합의서와도 연결되는데 결국 북한의 입장은 남한의 기본적 정치체제 변화 없이는 통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조국통일 민주주의 전선 중앙위원회 서기국장인 조규일이 "남한이 채택한 1987년 헌법4조가 폐기되지 않는 한 통일은 될 수가 없다"는 최근 발언은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남한 헌법 4조는“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통일철학을 천명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남한의“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 정상회담 개최 합의서의 내용을 분석해볼 때 이번 회담을 통해 또 다른 획기적인 통일 철학이나 방향이 설정돼 통일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경협, 통신, 교역, 그리고 그것을 통한 왕래 문제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주는가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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