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물 속에서 헤엄을 치면서도 물이 있음을 잊고 살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의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사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대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대통령이 김정일국방위원장과 첫 역사적 악수를 나눴다. 2박3일간 양국정상은 평양회담에서 민족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이뤄냈다. 물론 실천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많은 가능성과 성과를 남긴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본보가 미 동부지역 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북정상회담 성과’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인들은 통일의 가능성을 앞당긴 것을 최고의 성과로 꼽았다. 물론 남북 경제교류 활성화, 이산가족 상봉 성사 등도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남북 정상이 역사적 첫 만남으로 새로운 가능성의 물꼬를 튼 것도 큰 성과라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하면서 많은 한인들이 ‘조국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으로 여기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한인들이 ‘남의 나라’ 얘기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미국에 와서 미 시민으로 살고 있어 큰 관심이 없다”며 시큰둥하게 나서는 이도 있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석가모니 부처는 “사람은 땅에 대한 은혜, 나라에 대한 은혜, 세상 중생들에 대한 은혜와 부모에 대한 은혜 등 크게 네 가지 신세를 지고 살고 있다. 이 네 가지 은혜에 대해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은 누구나 땅을 디디고 살며, 땅에서 나는 곡식과 채소를 먹고, 땅에 고인 물을 마시고 살아가니 땅의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요, 나라가 있어 전쟁을 막아주고, 편의를 제공받으며 마음놓고 살 수 있으니, 그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스스로 농사를 짓고 옷을 지어 입고, 집을 직접 짓고 살지 않는 한, 한 가지도 남의 신세를 지고 살지 않는 것이 없으니 세상 중생들에 대해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 되고, 설명이 필요 없는 부모의 은혜를 입고 살고 있다는 것.
땅이 있음으로 해서 가장 기초적인 생존이 가능하며, 나라가 있음으로 해서 그 기초적인 생존의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것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만약에 우리가 병이 났을 때 약사가 없었다면 고통으로 몸부림쳐야 했을 것이고, 병이 깊어 의사가 수술을 해주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나와 이웃, 나와 사회의 관계이다. 더 넓게 생각하면 나와 겨레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인 것이다.
자식 부모간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은 커서 자립할 때까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부모의 신세를 지며 그 덕택으로 살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부모, 국가와 겨레의 신세를 지고 그 덕택에 살아온 것이지 혼자 잘나서 살아온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지금 미국이라는 낯선 이국 땅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많은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가정이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고, 생계유지와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닐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또한 한인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한인사회에 고마워하고, 낯선 이국이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제2의 삶의 터전에 감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뿌리가 숨쉬고,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조국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공기가 있어 숨을 쉬며 살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되듯 이런 모든 고마움을 우리는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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