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50주년을 앞두고 성사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던 미군 참전용사 클라이드 퀸(70·부에나팍)은 만감이 교차한 듯 감격의 눈물이 흘렸다. 반세기를 미뤄왔던 두 정상의 만남은 비단 이산가족들뿐 아니라 6·25에 참전했던 노병에게도 진한 감동으로 와 닿았다.
퀸은 6.25전사에서도 ‘잊혀진 전투’로 불리는 장진호 전투의 생존자. 인천상륙작전의 선봉부대였던 해병 1사단 소속으로 서울 수복과 북진 작전에 참전, 1950년 11월 중순부터 약 3주 동안 개마고원의 장진호에서 중공군 12만명과 처절한 전투를 벌였다. 밤낮으로 쏟아지는 총탄과 혹한의 눈보라 속에서 퀸은 2,200명의 전우를 잃었다. 일부는 동상으로 팔, 다리가 잘렸거나 아직도 청각장애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내 살아 있는 장진호 전투의 용사들은 4,500여명. 이중 900여명은 캘리포니아와 유타, 네바다에 살고 있다. 퀸을 포함한 생존자들은 지난 86년 장진호의 옛 이름인 ‘조선호’의 이름을 따서 ‘Chosin Few’라는 모임을 만들고 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재회의 시간을 가져왔다. 퀸은 96년 이 모임의 OC 지회장을 지낼 당시 한국 정부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고 올해 1월에는 매달 한번씩 발간되는 ‘Chosin Few’ 뉴스레터의 편집장을 맡아 왔다.
요즘도 시간이 날 때면 국악인 김영임씨의 ‘아리랑’ CD를 틀어놓고 깊은 회상에 빠지기도 하는 퀸은 "중공군과 혈투를 벌이느라 만신창이가 된 전우들과 함께 배에 몸을 싣고 흥남 부두에서 철수작전을 하던 아픈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러나 나와 전우들은 목숨을 걸고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퀸과 생존자들은 국방부 산하 한국전 기념사업단의 도움을 얻어 반세기 동안 잊혀졌던 장진호 전투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사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오는 12월7일 샌디에고 인근 캠프 펜들턴에서 ‘Chosin Few’ 회원과 가족등 2,000여명을 초청, 장진호 전투 5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군에서 제대한 뒤 연방정부 경호관련 부서에서 30년간 일하면서도 장진호 전투에서 산화한 전우들의 모습을 잊은 적이 없었다는 그는 97년 아들 데이빗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 인천상륙작전 현장과 판문점을 돌아보던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속에 깊이 응어리져 있던 옛 상처들이 도져나온듯 연신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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