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에 연락닿아... 돈 보내주며 당부
"죽기전에 꼭 해야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96년 10월 북한에 있는 일가족 17명의 집단 탈출을 성공시킨 최영도(86), 최정순(81)씨 부부는 북한 잔류가족 외손녀 김명희씨와 증손자 3명도 지난 5일 한국에 무사히 입국시킨데 대해(본보 6월 21일 A1면 보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명희씨는 지난 96년 일가족 17명을 데리고 북한을 집단 탈출한 최씨의 딸 최현실(63)씨와 그의 남편 김경호(66)씨의 딸로 탈북 전까지 유랑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희씨는 지난 96년 당시 최현실씨 일가족이 북한을 탈출할 때도 걸식하며 유랑 생활을 하다가 접촉이 안돼 북한에 남게됐다.
20일 본보와 인터뷰에 응한 최영도 옹에 따르면 명희씨는 지난 96년 가족들이 탈북하고 혼자 남게되자 자녀 3명을 일단 북한에 두고 99년 7월 혼자 브로커를 통해 중국으로 갔다. 명희씨는 브로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한국에 있는 작은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이름을 기억, 한국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취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최옹이 명희씨의 생사 여부에 대해 연락을 받은 것은 지난해 7월 30일.
최옹은 연락을 받고 "기쁨보다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무사히 한국으로 입국시키나"라는 걱정부터 앞섰다고 한다. 당시 최옹은 명희씨에게 돈을 보내주며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 중국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돈을 아끼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후 최옹은 북한에 두고 온 명희씨의 자녀 3명을 중국으로 데리고 오는데 4개월이나 소요됐다. 자녀들이 걸식하며 떠돌았기 때문에 이들을 찾는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후 명희씨 가족을 제 3국으로 빼돌려 4개월을 대기한 다음 지난 5일 한국으로 입국하는데 성공했다.
최옹에 따르면 명희씨 가족의 탈북은 지난 96년 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최옹은 "전에는 확실한 노선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믿을 만한 브로커들을 찾기 힘들어 무척 고생했다"며 "명희를 한국으로 입국시키는 과정에서 2명의 브로커들로부터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옹은 부인 최정순 여사와 함께 오는 9월께 한국을 방문, 외손녀 가족들과 상봉할 계획이다. 그러나 설레이는 마음과 함께 걱정도 없지 않다. 이들이 과연 새로운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가에 대한 우려이다.
"지난 96년 가족들이 탈북에 성공한 뒤 한국에서 재회했을 때 조금은 섭섭한 점이 있었습니다. 딸 가족들은 수십 년간 북한 체제에서 세뇌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의 물정을 잘 모르는 이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자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 중 사기를 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라고 최옹은 말했다.
이 같은 이산 가족들의 극적인 상봉에 대해 최옹은 "물론 너무나 감격적이지만 아쉬운 점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것은 아직까지 행방이 불투명한 맏아들의 생사여부이다. 맏아들은 남한 라디오를 청취하다가 구속돼 1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뒤 소식이 끊겼기 때문이다.
"아들의 행방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한편 최옹은 "명희가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은 지난 5일 연락 받았으나 남북정상 회담으로 인해 발표를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훈·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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