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곳 한국 TV와 라디오에서는 예의 종교방송들이 계속 이어졌다.
방송에 나온 사람들이 분명히 한국사람이고 한국말로 동포들을 상대로 설교하는데 내용은 철저하게 비한국적이고 이스라엘 이야기로 차 있다.
때가 때이니 500개 이상이 되는 교회에 일요일마다 모이는 동포들의 수를 합치면 몇 만명이 넘을 것이다. 이 엄청난 수의 동포들이 조상님들이 남겨준 말과 글로 예배를 드리고 친교시간에는 한국음식을 즐기지만 예배 내용은 유대 역사에서 찾으려 든다.
우리는 기회만 있으면 동포들, 특히 2세들의 정체성 확립의 필요성을 외치지만 일요일마다 모이는 교회에서는 한국역사가 실종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세와 바울 이야기는 잘 하나 원효와 사육신은 모른다. 비한국적이래야 그리고 서구적이며 이스라엘적이래야 기독교 믿음이 가능하다는 태도가 과연 옳은 생각인지 묻게 된다.
우리가 같은 햇빛을 받으면서도 세계 각 나라마다 특유의 문명을 발달시키며 사는 인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역사는 유대역사 진정과정에서 튀어나온 파편이 아니다. 모세가 유대신의 지시를 받아 썼을 것이라는 토라(Torah)가 기원 전 1200년경이라면 그 당시 한반도에서도 우리 조상들이 우리 특유의 문명을 이룩하며 한국민족의 바탕을 마련하였다.
우리가 그토록 읽어야 된다는 구약이란 말은 실은 유대인들에게는 없는 말이다. 유대인들에게는 유대 성경이라는 서사시 같은 유대민족 역사기록이 있다. 이 유대성경은 당시 시대 상황에서 시적이며 은유적으로 기록되어 부분에 따라서는 유대인 자신들에게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컨대 “눈에는 눈”이기에 가해자의 눈을 때려 장님 만드는 사회상이 염려됐을 것이다. 따라서 유대 학자들은 몇 세기를 통해 토라의 내용이 일상생활에 옳게 적용될 수 있도록 토의와 해석을 거듭해 탈무드(Talmud)를 편찬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이 탈무드가 유대교의 지침서가 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하게 된다.
우리가 유대인들 보다 더 유대성경 자체에 글자 그대로 집착하려는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단군 이야기가 미신이라면 다른 민족 건국신화에도 그런 미신적 요소가 있는 것이다. 남의 미신은 신앙의 대상이 되지만 우리의 미신은 버려야 된다는 생각의 바탕에는 바로 식민지 근성이 자리잡고 있지 않나 성찰해 볼 일이다.
일제시대 신사 참배가 친일행위라면 유대민족신을 우리의 것인양 받아들이려는 지금의 태도는 무엇인지 묻게 된다.
남과 북의 정상이 화해의 손을 맞잡는 우리의 실존적 역사성이 외면되고 예루살렘만 외치는 비실존적 종교는 우리의 살과 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한다.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음이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한국역사라는 손가락을 깨물어 잘라버리고 유대역사라는 손가락에 붙으려는 풍조를 하늘이 받아들이실지 염려스럽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