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조병화(80)씨가 27~28일 한국문인협회 주최로 열린 한민족문학인세계대회 참가차 LA에 왔다. 8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은 기상과 강건함을 잃지 않은 조병화 시인은 이번 LA행사에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내던 90년 자신이 주축이되어 LA서 출발했던 한민족문학인세계대회가 시발점으로 되돌아와 10번째 행사를 치른다는 대견함과 함께 한국어 문학을 지키려는 이곳 문인들의 열정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 때문이다.
그는 27일 전야제에서 인사말도중 "해외서 한국어 문학을 지키가는 이곳 문인들의 노력에 감사한다"이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조병화 시인은 이민문학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 조차 싫어한다.
’이민문학’과 ‘본국문학’의 구분은 "실력의 차이때문 아니겠느냐"는 질문에 "국내 작품보다도 더 훌륭한 작품을 발견할 때도 많다"며 "한국 문단에 견주지 말고 이곳 문단 형성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LA가 낯설지 않다. 이민 바람이 불어오기 훨씬 전이었던 67년 뉴욕 ‘펜대회’ 참석차 미국에 왔다가 LA를 들렀었다. 당시 그는 60일동안 버스로 미국 곳곳으로 여행하며 시와 그림으로 담아 시집 ‘가을은 기다리는 거에’를 내놓기도 했다. 조병화 시인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문학관을 들려달라
▲문학은 출세의 발판이 아니라 내 개인의 살려는 선택이다. 살아가며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 문학은 비롯된다. 문학은 돈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본국서 원고료도 못받는 문예지에 글을 쓰는 문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시대나 역사가 바뀌어도 깊이 간직되는 문학이 필요하다.
-작가는 어떤 자세로 글을 써야 하나
▲인생을 숭고히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출세나 이름 날리기에 급급하다보면 오래남는 글을 쓰지 못한다. 정치성이나 사회성에 치우치다 시대가 바뀌면 갈길을 잡지 못하는 작가들을 많이 보아왔다.
-본국문단 등단 여부를 중요시하는 풍조가 이곳에 있는데
▲본국 문단에 견주지 말고 이곳 문단 형성이 힘을 모아야 한다. 국내 작가도 문단을 겨냥해 출세하려는 작가들이 많은데 결국을 작품성이 떨어져가고 죽게 되어 있다. 파묻혀 사는 좋은 작가나 시인들이 더 좋은 작품을 쓴다. 본국 문단을 기웃 거리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본국 문단 등단이 문학인으로서의 검증 절차는 아니다. 이민왔으면 여기서 사는 인간의 고민 갈등써야 한다. 고국 문예지 등단은 별의미가 없다. 본국과 연결해 사는 것은 무의미하다.
-김소월 시인의 서정시가 두메산골을 노래했다면 조병화 시인의 시는 외로운 도시인의 고독을 구가했다고들 한다.
▲시는 나의 존재의 철학이고 그림(그는 수채화에도 대가급에 견줄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은 나의 위안이다. 머리속의 시상을 그림을고 그리고 그림을 그리다 느끼는 시상을 적어간다.
-요즘 근황은
▲오전중에만 그림 그리고 시쓰는 일에 매달린다. 가끔 지방 강연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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