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상품화되어 간다. 최근 정자, 난자 은행들이 구매광고를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내 놓는다고 한다. 국제 정자 매매시장의 규모가 1,000억이 넘는다니 생로병사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려는 나는 쉰 세대에 끼일 판이다.
멋진 신상명세서 즉, 체격 미모 학벌 지능지수 혈통 등 이 세대에서 요구하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의 것이 뽐내며 팔려 나가길 기다린다. 마치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듯 고르고 골라 흥정을 한 후에 돈을 지불하면 된단다. 1978년 최초의 시험관 아이가 탄생한 후에 생명과학 부분에서 놀랄 만한 발전을 했다. 복제 양이 태어나고 복제 인간까지 현실화시킬 수 있다니 어디까지 이어질지 겁이 나기도 한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는 유명 소프라노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결혼은 하기 싫지만 돈과 시간이 된다면 정자 은행을 통해 임신하고 싶단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여자로서의 특권인 출산을 경험하고, 평소에 좋아하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몇 년전 할리웃의 최고 인텔리로 인정을 받는 여배우의 임신을 둘러싸고 정자 은행을 통한 체외 수정에 관심이 쏠렸었다.
평범한 우리네 정서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마치 식물이 곤충이나 새를 통해서 수정을 하고, 암컷이 알을 낳고 그 위에 수컷이 정자를 뿌리는 물고기의 수정 과정과 무엇이 다를까? 인간과 동물의 사이에 놓인 간격이 좁혀지는 느낌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의 특정 층이나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소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올만한 일들이다.
성 관계를 갖지 않아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은 커리어를 쌓아가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여성들에게는 남성들로부터 해방되는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남성들은 종족 유지를 위한 생물학적 대상으로 여성을 대하지 못할 것이며, 절대의 무기를 빼앗긴 상실감에 그 위상이 주춤거릴 것이다. 페미니즘의 승리라고 해야 하나?
’만약’ 이라는 전제하에 유행의 날개를 달고 넓게 퍼져 나간다면? 수요에 맞추어 공급이 따르듯 좋은 조건을 갖춘 유전자는 프리미엄까지 얹혀지며 팔려 나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신종 사업으로 발전되어 한몫 단단히 챙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반쪽의 핏줄을 갖고도 모르는 채 부대끼며 살아가는 해프닝이 발생하지 않을까? 잘난 사람들만이 판치는 세상. 상상만으로도 어색해 허튼 웃음을 흘렸다.
돈으로 아이를 산다는 것은 지독한 이기심의 발로이다.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라는 사고방식이 생명의 존엄성과 자연의 섭리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나서 자신의 아버지를, 근본을, 뿌리에 대해 묻는다면 어찌 대답할 것인가? ‘돈’이라고 답할 것인가.
그뿐 아니라, 성의 또 다른 존재의미는 사랑하는 이성간에 육체로 나누는 밀어로, 삶을 유지하는데 무시할 수 없는 본능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따라붙는 부수적인 세상사를 감수하며 삶의 진수를 깨닫게 되는 평범한 진리가 그 안에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아직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약력: 미주 크리스천문협 시, 수필 부문 입상
수필문학 등단
해외동포문학상 콩트 부문 입상
재미 수필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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