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권자들은 정통 유대교 신봉자인 ‘오리지널’ 유대계 정치인을 국가의 최고 권좌에 앉힐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미국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민주당지지자들은 오는 11월에 실시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한 개인적 판단을 강요받고 있다. 미정치사상 처음으로 정통 유대교 신자가 민주당의 부통령후보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후보 내정자가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조셉 리버맨 연방상원의원은 안식일(Sabbath)중 전등불을 켜거나 끄는 행위조차 삼가는 유대정파의 일원이다.
연방상원의원 초년병시절, 금요일날 열린 회합에 참석했다 안식일에 걸려 운전을 못하게 된 그에게 당시 고참 동료의원이었던 앨 고어 부통령이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그의 요청에 따라 아파트 전등까지 꺼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미국인들은 이미 오래전에 유대인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의식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1937년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의 46%는 유대계 대통령후보에게 투표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 2월 유권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본 결과 무려 92%가 "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USA투데이와 CNN이 7일밤 긴급히 실시한 갤럽조사에서도 88%가 "리버맨의 종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유대계 러닝메이트가 고어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52%가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으로 내다본 반면 "그렇다"는 대답이 26%, "오히려 불리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13%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보면 리버맨의 인종적 배경이나 종교에 대해 미국인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그림이 나온다. 코네티컷의 유권자들은 리버맨이라는 이름을 들을 때 그의 종교를 떠올리는 일이 거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실제로 투표소에서 유대계 대통령이나 부통령 후보에게 표를 찍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경제합동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보시티스는 "미국의 유권자들은 소수계후보에 대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투표에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시티스는 다른 소수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유대인들에 대해 미국인들은 "점잖은 반유대주의"의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까놓고 말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미국인이 개신교도가 아닌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은 60년 존 F. 케네디가 처음이었다. 가톨릭 신자였던 케네디의 대통령 당선은 당시만 해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가톨릭 신자를 대통령으로 맞아들이지 40년째인 서기 2000년, 미국인들은 정파 유대교의 신자를 주요 정당의 부통령후보로 갖게 됐다. 그러나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톨릭과 유대교 사이의 거리를 건너뛸만큼 미국인들의 문화적 의식이 진화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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