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연의 시작점을 붓이라고 생각하면 상공을 수놓으며 움직이는 연의 모습은 마음을 투영한 그림입니다. 나의 소망을 모두와 나누고 싶어 상공에 그린 것일 뿐입니다.”
어릴 때의 아련한 기억과 구멍만큼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는 방패연이 좋아 연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는 이선우 교수(50)가 시카고일대 입양인 및 미주 한인들의 소망을 상공에 띄우기 위해 오방색 문양의 방패연을 400마리씩 5종류를 준비해 나래연마을팀을 이끌고 시카고에 왔다.
이 교수는 미주에서의 연축제는 일순간의 결정이 아니라 3년전부터 이부덕 교수와 논의해 온 계획이어서 그동안 서로 주고 받은 팩스가 한 묶음의 책이 됐다고 보여주며 소박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2,000명의 입양인이 시카고일대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밀레니엄과 입양인들을 상징하는 2,000마리의 연을 매달아 상공에 띄우면 한국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의 희미한 조국에 대한 기억이 작고 뭉클한 조국애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전통 놀이 문화를 민족 정서를 회복시키는 실천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한 이 교수는 지금까지 백두산에서 한라산 백록담까지 8회째 ‘분단 조국 통일염원 연날리기 행사’를 펼쳐왔다. 독도, 임진각 등에서 통일을 기원하며 3천만 겨레를 상징하는 3,000마리의 연을 날려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이 교수는 “또 다른 연의 묘미는 마릿수와 상관없이 신기록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을 들고 높은 곳에 서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있을 아름다운 산천이 떠오르고 이를 향해 띄울 연보다 먼저 마음의 연이 상공을 날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발길 닿는 곳마다 연마을을 세우고 밤잠을 설치며 대나무를 다듬으며 연에 매달렸다고.
연 제작 및 여행 경비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큰 장애가 됐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 교수는 가장 힘들었을 때가 조국 통일을 염원한 통일연 행사가 좌절됐을 때라고 회상했다. 이 때 마음을 뒤흔든 것이 ‘분노’였지만 이 분노가 좌절을 곱씹어 넘기는 하나의 자극제가 돼 다시통일연 날리기를 잇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20년동안 연에 그림을 그리며 역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이 교수는 클라리넷으로 연주를 즐기는 ‘개화 민족파’. 연에의 열정으로 아빠와 남편의 자리를 많이 비운 이 교수는 이번 여행이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여행도 될 것이라고 밝히며 기회가 주어되면 유명희(부인·클라리넷), 이지수(아들·플룻), 이지은(딸·첼로) 이 ‘아리랑’한 곡은 연주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정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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