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6월20일부터 27일까지 북한을 세 번째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분위기가 달랐지만 특히 세 번째는 앞서 두 번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내가 북한을 처음 찾아간 것은 1980년 3월24일부터 4월2일까지의 10일간으로 목적은 교육시찰 및 가족방문이었다.
그때만해도 북한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폈던 것 같다. 당시는 평양에 고려호텔이 지어지기 전이어서 보통강 려관에 투숙했는데 대우가 썩 좋았다.
우선, 모든 경비가 북한측 부담이었으므로 내 돈은 한푼도 들지 않았다. 안내원이나 운전사도 돈 같은 것은 바라지 않는 눈치였다. 둘째, 식사를 잘 대접하려고 신경을 쓰는 눈치가 역력했다. 끼니때마다 안내원이 무엇을 먹겠느냐며 물어왔다. 세째, 일정이 매우 다양했다. 내가 가고 싶은 곳과 보고 싶은 곳을 가능한 한 수용해줬다. 그래서 김일성대학, 인민경제대학, 강한 인민학교 소년궁전, 만경대학원, 9.16탁아소 등을 견학했다. 특히 내 고향 신의주에 가서 가족을 만나 볼 수 있었고 옛날 신의주 동중이었던 청송고등중학교도 방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허 헌씨의 딸 허정숙씨를 만나 영세 중립 통일안에 관해 설명하고 남북한 학자와 해외동포 학자들이 모여 통일에 관해 논의할 국제회의를 열 것을 제안했다. 북한측이 참석범위를 북한 학자와 해외동포 학자로 제한하는 수정제안을 내놔 나는 이를 거부했다. 그후 선우 학원 교수와 양은식 박사가 주동이 돼 북한 학자와 해외동포 학자들이 유럽에서 회의를 가졌는데 나는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나의 두 번째 방북은 1990년 2월18일경에서 27일경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는 부부동반으로 평양에 갔다. 재미 한인교수협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 북한학자를 초빙하는 것이 내 임무여서 북한의 고위층과 만나 의논했다. 그때도 보통강 려관에 투숙했는데 그때 벌써 북한은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숙박비는 하루에 100달러를 받는데 식사가 보잘것없었고 특히 채소와 과일이 전혀 없었다. 하루는 저녁 식탁에 채소가 한가지도 오르지 않아 당근이라도 얻을까 하고 호텔 주방에 갔다가 허탕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겨울철이기도 했지만 북한의 전력사정상 채소를 싱싱하게 저장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외국인 전용 호텔에서 채소가 없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북한이 UN 회원국이 되기 전에 뉴욕 대표부 대사였던 한시해씨를 만나 우리 국제회의에 북한학자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는데 결국 북한은 학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때만해도 평양시내 어디를 가던지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번 세번째 방문중에는 지정된 장소 외에서는 사진 찍는 것을 금지 당했다.
지난번 방문은 여러 면에서 재미가 없었다. 우선, 경비가 많이 들었다. 고려호텔의 숙박비는 1인 독실의 경우 미화 103달러였다. 아침식사가 포함됐지만 메뉴가 매우 빈약했다. 별도 부담인 점심은 6~10달러, 저녁은 10~15달러로 북한수준에서 볼 때 너무 비쌌다. 더구나 안내원과 운전사 몫까지 부담해야 했으므로 하루에 60~70달러가 식사비로 지출됐다.
방문일정에서도 너무나 많은 제약을 받았다. 갈 수 있는 곳이 제한돼 안내원이 짠 일정 외에 다른 곳은 전혀 허락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없었다. 심지어 호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 것까지 금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 만나기도 어려워 내가 아는 고위층 인사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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