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택씨(43)는 참 별난 사람이다. 그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텍사스주의 한 도시에서 조그만 가방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하루의 대부분은 인근 개 목장에서 보낸다.
그것도‘진짜 진돗개 목장’이라는데…. 15에이커 규모의 이 목장에는 정씨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진돗개 1백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93년 취미삼아 시작한 개 키우기가 지금은 목장 규모로 커졌다"는 정씨 목장의 개들은 한국의 진돗개 혈통보존회를 통해 연구용으로 암수 세쌍을 들여온 게 불어난 것이라한다.
‘진돗개 전도사’를 자처하는 정씨는‘미국에도 진짜 순종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98년부터 미 중남부 지역인 콜로라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미주리주등 15개주를 넘게 순회하고 있다.
그 바람에 생업은 뒷전이고 나이드신 어머니 몫이 되기 일쑤다. 게다가 모자와 가방을 팔아 번 돈은 모두 개 사육에 쏟아붓는다.
“개 키우는데 한달에 5천달러가 넘게 들어요. 개를 어떻게 먹여살릴까 하는 궁리에 바빠 재혼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위로부터‘미친 X’이란 소릴 듣기도 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그가 키운 개는 현재 미 전역에 1백여마리가 분양돼 있다. 그렇다고 분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턱대고 팔지는 않는다. 진돗개가 순종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인가를 직접 확인한 후 새 주인에 넘겨준다. 특히 뉴욕과 LA는 잡종이 많은 탓에 절대 분양하지 않는다.
가격도 1천달러 밑으로는 팔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한국의 천연기념물이 불과 몇백달러에 팔리는 걸 지켜볼 수 없어서"라는 그의 고집이 턱밑 수염만큼이나 강인해보인다.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귀가본능, 청결성, 사냥성이 뛰어난 품종입니다. 그런만큼 일반 개보다 비싸고 그래서 가짜 족보도 많고…."
정씨가 말하는‘진짜’는 4대 3소를 갖추어야 한다. 머리, 발, 꼬리, 항문이 크고 눈과 귀, 주둥이가 작아야 순종이라는 것이다.
진돗개의 잡종화를 막기위해 정씨는 각 지역마다 혈통보존회를 만들어 자신이 분양한 진돗개를 서로 교접시키려한다. 나아가 전국 모임의 발족을 희망하고 있다.
이른바‘58년 개띠’라는 그의 남다른 진돗개 사랑은 어쩌면 팔자인 것같다.
▲문의(956)-581-8887, 630-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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