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보이스카웃 대원 6명을 인솔하여 6박7일간 여름 캠프를 다녀왔다. 연령층은 11세에서부터 14세까지 였다. 다른 미국 단체에서 주관하는 여름 캠프에 참가해본 경험자는 있었으나, 보이 스카웃 여름 캠프는 모두에게 처음이었다. 뜻을 같이하는 또래 소년들끼리 깊은 산속에서의 야영은 시작 전부터 설레임 그 자체였다.
야간산행에 나섰다. 깜깜한 밤에 손전등 없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산길을 오르며 그들은 연신 감탄을 했다. “아! 하늘에 별이 이렇게나 많은줄 몰랐어!” 조금전 모닥불가에 모여앉아 귀를 세워들었던 이 계곡에 얽힌 으시시한 전설도 그들에겐 이제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먹고싶은 음식 타령들을 하며 김치, 밥, 김치찌개로 시작된 야간 산행이 결국 밥과 김치로 돌아오다가, 그간 심하게 반찬 투정을 했던 C군의 “아니야, 씹을 수 있는 것 아무거나 다 먹고 싶어!”로 결론이 나버렸다. 그렇게 5마일의 야간 산행이 끝났다.
한낮 땡볕에 길을 걸을 때면 혼자 뒤쳐져서 흙먼지를 툭툭 일으키며 다리 아프다고 엄살피던 C군의 불평도 없어졌을 때 즈음 약속대로 반가운 방문객들이 오셨다. 대원들은 방문오신 부모님 보다는 그분들이 가져오신 보따리안의 밥과 김치를 보고는 손뼉을 치며 감격에 겨워했다. "간밤 꿈에 밥과 김치를 보았다"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한 녀석은 김치병을 아예 끌어안고 쪽쪽 입을 맞추다가, 급기야 뚜껑을 열고 서로 코를 들이 대려고 난리법석이었다. 식사전 기도가 길어지자 저희들끼리 쿡쿡 찌르고 마음이 급했다. 대원들은 엄청난 양의 김치와 밥을 게눈 감추듯 그 자리에서 깨끗이 먹어치웠다. 성격은 좋으나 입이 짧아서 고생하던 C군도 연신 “최고!”를 연발하며 먹는 모습이 안쓰럽기 조차 했다. 한국 음식을 전혀 먹지 않고 미국 식단 만으로 일주일쯤은 문제도 안된다던 그들이 김치반찬 만으로의 식사 후에는 세상에 부러운 것도, 겁나는 것도 없었다.
마지막날 오후에 대원들에게 단 한번의 매점출입을 허락하며 3달러 이내에서 가장 필요한 물건 한가지씩을 사도록 허락했다.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데 C군이 흙묻은 손을 슬그머니 내민다. 손가락만한 초컬릿이 있었다.
"대장님 이것 드세요. 25센트밖에 안썼어요"
곧 이어 다투듯이 아이들이 "이것도 드세요"하고 아우성이었다.
고맙다는 말을 겨우하고 일어서는데 햇빛이 너무 강렬하게 눈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제 Man이야 더 이상 Boy가 아니라구"
"나는 이제 말을타고 산길을 달릴 수 있어"
"나는 큰 호수 가운데 빠져도 헤엄쳐 나올 수 있어"
그래 너희들은 이제 더 이상 응석받이 보이들이 아니다. C군에게서 받은 초컬릿이 내손에서 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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