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사상최초 올림픽 8강 꿈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가.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의 자존심을 살려 새 천년 첫 올림픽에서 기필코 8강진출의 숙원을 풀고야 말겠다던 한국축구가 첫번째 고개조차 넘지 못한 채 맥없이 무너졌다.
한국은 공식개막을 하루앞둔 14일새벽(이하 LA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서 벌어진 유럽대표 스페인과의 B조리그 첫 경기에서 90분 내내 이끌려다닌 끝에 0대3으로 완패, 남은 두 경기(칠레·모로코)를 모두 이기든지 최소한 ‘득점많은 1승1무’를 거둬야 8강을 바라보는 위태로운 지경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뜻밖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월드스타 홍명보의 공백을 탓하기 이전에 게임내용이 너무 엉성했다. 상대 공격수가 덤벼들기만 하면 금방 흐트러지는 수비라인, 공을 잡아도 줄 곳을 못찾아 허둥대다 공격찬스를 헛날리거나 걸핏하면 나타나는 패스미스, 스페인의 조직적인 지역방어벽에 번번이 막혀 헛걸음만 되풀이한 공격…. 이날 게임만 놓고 보면 3점차 패배조차 다행일 정도였다.
어깨 한번 펴보자 못한 채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직후부터 밀리기 시작한 한국은 전반9분 벌칙구역 외곽으로 파고든 벨라마산의 가슴트래핑에 이은 왼발슛이 우리 골네트로 빨려드는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25분에는 수비수 강철과 박동혁이 호세 마리의 발재간에 연거푸 농락당하며 두번째 된서리를 얻어맞았다. 기세가 오른 스페인은 36분 왼쪽을 뚫고들어온 타무도의 대포알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퉁겨나가는 순간, 가운데로 쇄도해온 사비가 그대로 되갈겨 마지막 일침을 놓았다.
승점지키기를 자신한 듯 스페인이 느슨하게 나온 후반들어 한국은 고종수·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이동국·박진섭을 차례로 투입하는 등 영패라도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마음만 앞서는 한국공격의 맥을 훤히 읽은 스페인 수비라인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오는 18일 0시30분 아프리카대표 모로코와 2차전을 가지며 20일 0시30분 세계적 스트라이커 이반 사모라노가 이끄는 남미대표 칠레와 조별리그 마지막 승부를 갖는다.
14일 첫 경기에서 모로코를 4대1로 완파한 칠레는 스페인과의 2차전에서 승리하지 않는 한 마지막 한국전에서 총력을 다해 8강행 확정지으려 할 게 뻔하고 모로코 역시 목마른 1승의 제물로 한국을 꼽고 있어 한국으로선 첫판 참패의 덤터기를 남은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쓸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일본은 D조 1차전에서 강호 남아공을 2대1로 물리치고 8강진출 초석을 깔았고 같은조 브라질도 동유럽의 슬로바키아를 3대1로 격파했다. 여자F조 미국은 노르웨이를 2대0으로 따돌리고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첫 관문을 여유있게 통과했고 중국도 나이지리아를 3대1로 일축, "이번만은 우승을" 향한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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