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남북교류에서 번번이 장애 요인으로 등장한 문제가 이른바 예술단 교류에 관한 건이었다.
문화 교류 중 연극 분야가 가장 어려울 터인데, 이는 연극이라는 예술 자체가 지닌 종합예술적 성격에서라기보다도, 남북한의 이질감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돼 온 장르가 바로 연극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의 정치 도구화. 이는 동서고금을 통하여 독재 세력이 가장 즐겨 이용한 예술정책이거니와, 그 중에서도 살아 있는 배우의 살아 있는 연기로 하여 살아 있는 관객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극이야말로 예술 양식 중에서 선전ㆍ선동의 수단으로 가장 즐겨 이용되는 것이 아니던가.
이런 양태가 북한의 연극에서 가장 철저하게 되풀이된다고 하여 하등 놀랄 바는 없다. 연극의 정치 도구화란 북한이 유일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보다는, 북한에서는 단순히 선동ㆍ선전의 도구라는 이유만으로 연극을 이용하려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우리식 연극’ 이라 하여 민족적 형식으로서의 예술의 독자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팔짱 낀 채 그들의 연극을 멀리 떨어져서 단순히 비판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차분히 북한 연극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서, 이질감보다는 동질성을 찾고 계발시킬 때다. 상호간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 것, 이것이 문화 교류의 기본 전제가 돼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남북 문화의 이질화라고 했을 때, 우리의 것(남한 문화)과 다르다 해서 무조건 이질화 라고 불러도 무방한가. 그렇다면 북한의 연극과 전혀 다른 현재 남한의 연극 양태는 과연 ‘한국 연극’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에서 행연되는 수많은 연극들이 과연 ‘한국 국적’의 연극인가. 이 문제에 관한 자신 있는 답변 없이는, 단순히 북한의 연극을 단순히 선전ㆍ선동의 도구라 하여 비방할 수 만은 없다.
북한의 ‘피바다’ 공연을 두려워 하는 남한의 선량한 관리들과 연극인들은 그렇다면 ‘한국의 연극은 이것이다’ 라고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은 과연 무엇인가.
북한의 연극은 그 내용이 주로 김일성주의를 선전하고 일반 대중을 선동하는 목적극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른바 ‘우리식 연극’의 수준은 비록 리얼리즘 무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독창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터이므로, 우리로서도 이러한 북한연극의 현실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북한의 연극을 비판하는 입장에서 오늘날 한국의 연극을 돌이켜 보자면, 북한의 연극이 한결같이 정치선전극이 돼 버린 것 이상으로 한국의 연극은 점점 더 국적 불명의 상업주의 연극으로 타락해 가고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북한 연극이 본래의 예술적 향기를 잃어버린 것 이상으로 한국 연극의 비극이다.
이제 우리 연극인들은 북한 연극의 실체를 인정하는 기반에서 오히려 남한 연극의 정체성을 점검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 때, 인간과 인간이 직접 만나 이뤄내는 예술인 연극이야말로 오히려 남북문화교류의 가장 확실한 실천의 장(場)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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