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에피스코펄 고등학교 교실에서 랩탑 컴퓨터를 켜는 12학년생 해리슨 키빌과 동급생들의 눈앞, 교단에서 자기의 랩탑을 32인치 텔리비전 모니터에 연결시키는 사람은 수학 교사가 아니라 이 학교 풋볼 코치다.

선수 각자의 컴퓨터에 깔려있는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마크 가윈 코치는 이 학교 팀 ‘마룬’이 다음번에 맞아 싸울 불리스 고교 팀과의 경기를 준비시킨다. 데스크탑에 떠있는 폴더에는 핵심 수비전략이 그려진 대전표가 들어 있다.

이 팀은 매주 이렇게 전략회의를 한다. 이 학교팀의 12학년 쿼터백 보 리차드슨은 "흑판 앞에 1시간씩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컴퓨터를 통해 보면 거기 있는 모든 것이 머리속으로 쏙쏙 들어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기술 발전은 스포츠의 세계로도 여지없이 침투, 프로페셔널 풋볼의 경우 디지털 비디오, 무선 통신, 랩탑 플레이북과 컴퓨터로 상대팀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이미 기본이 됐다. 고교팀 코치들이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인터넷으로 잔뼈가 굵은 고교 선수들에게 게임을 가르치면서 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 문제였던 것.

가윈 코치는 지난 여름, 100여시간 이상을 들여서 팀 전원의 랩탑에 ‘초크토크’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줬다. "이애들은 MTV 세대입니다. 테크놀로지가 핏속을 흐르고 있으니 그걸 무시할 수가 없죠. 또 보면서 배워야 더 잘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스크린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경기를 한번 예습하고 나면 그것이 그대로 머리 속에 남아 나중에 필드에 나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실천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물결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2주전 가윈은 마룬이 불리스를 맞이하여 사용할 수비 전략을 중점적으로 짰다. 코치가 ‘플레이’ 단추를 누르자 스크린에는 수비선수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상대팀을 맞아 싸우는 모습이 펼쳐졌고 선수들의 눈은 스크린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 소프트웨어의 최대 이점은 아이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라고 가윈은 말한다. 코치가 일주일 내내 선수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나 대학팀과는 달리 고교 코치는 일주일에 2시간반 연습하면서 그 많은 정보를 다 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가윈 코치는 일류 사립학교인 에피스코펄이 모든 학생에게 랩탑 소지를 의무화시킨후 이 학교 정보기술담당자와 협조하여 교내 인트라넷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각 선수들에게 암호를 줘서 언제고 경기 각본을 열어볼 수 있게 했다.

풋볼 코치들은 게임 준비하기가 매우 성가시고 시간이 많이 드는 풋볼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시험하기에 좋은 소재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까지 코치와 스태프들은 방에 둘러 앉아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전략을 짰다. 비디오테입을 비롯한 다른 도구들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게임 플랜은 여전히 수작업이다.

오늘날 프로 및 대학팀들은 최고 1000만달러까지 하는 최신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비디오 장비를 당연히 갖고 있다.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경우 지난 3년동안의 NFL 경기 전부를 포함한 디지털 비디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멀티미디어가 눈앞에서 번쩍이는 가운데 자라난 요즘 아이들에게 농구나 풋볼을 라커룸에서 흑판에 그린 그림을 따라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라고 전국의 대학 및 고교팀에 디지털 비디오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퍼폼 F/X사 디렉터 브렌다 밴레젠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