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10월이지만 니키 벨독은 벌써 학교에 싫증난 얼굴이다.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점심시간이라는 니키는 5살짜리 유치원생이지만 벌써 매일밤 숙제를 해야하며 과학시간에 구두 발표할 차례가 돌아와 안달하고 있다.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니키의 하루는 미 전역의 다른 유치원생과 다를 것이 없다.
이제 유치원은 더이상 크래커를 먹으며 손가락에 물감 묻혀 그림 그리다가 낮잠이나 자는, ‘아이들의 동산’이 아니다. 초등학교의 표준화 학력고사 점수를 올리려면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 하는 주정부와 교육구들은 과거 1학년에 배우던 간단한 더하기와 읽기를 유치원때부터 하도록 교과과정을 바꿔 쓰고 있다. 또 전통적인 하루 3시간 교육 가지고는 수학이나 언어, 과학 교육을 시킬 시간이 부족해 유치원 수업시간을 하루 7시간으로 늘리는 교육구도 많아졌다. 이는 가난한 동네나 부자 동네, 교외지역 학교나 도심지역 학교나 마찬가지다.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달, 주교육기준 강화로 성숙도가 요구된다면서 유치원 입학 연령을 4세반에서 5세로 올렸다. 사실 부촌의 초등학교 교장 및 교사들에 따르면 아이들이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도록 6살이 되어서야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1991년에 아이를 한 살 묵혀서 학교에 보낸 부모가 6.5%였으나 1995년에는 9.7%로 늘어났다.
유치원생의 성적표도 완전한 문장을 말할 줄 아는지, 자기 이름을 알아보는지 정도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유치원생들에게 데이터를 모아서 도표나 그래프로 기록하게 함으로써 통계와 확률의 기초까지 교육시키고 있고 노스캐럴라이나주의 유치원학생들은 넌픽션 문장에서 사실을 골라낼 줄도 알아야 한다. 커네티컷주에서는 유치원생들에게 책을 큰 소리로 읽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것을 듣고 질문에 말이나 글로 응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들을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닥달하는 이유는 유치원생들의 머리는 스폰지처럼 정보들을 흡수한다는 교육이론, 취업 여성의 증가로 유치원 취학전에 이미 프리스쿨에 다닌 경험이 있는 학생이 60%에 이른다는 점, 프리스쿨에서 이미 과거 유치원에서 배웠을 개념들을 배운다는 점등이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들이 4학년부터는 광범위하게 학력고사를 실시하는데다 3학년때까지 읽지를 못하면 학교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상식, 대학 입학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커네티컷주에서 가장 부유한 카운티인 페어필드의 오스본힐학교 유치원생들은 아침 9시에 종이 울리면 우선 일기를 쓴다. 다음에 한 학생이 나와 그날 하루의 일에 관한 토론을 이끄는데 이들이 하는 모든 일에는 다 목적이 있다. 달과 요일에 관해 말할 때는 그 달에 있는 모든 날과 한 주일에 있는 모든 요일을 외우며 학급 달력에 무슨 색 잎사귀를 붙일지를, 지난주부터 이어지는 색상표 순서에 따라 결정한다.
자기들이 등교한지 며칠이나 됐는지를 세면서 10단위와 1단위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날씨 이야기를 하면서는 그달 들어 얼마나 많은 흐린 날과 맑은 날, 비오는 날이 있었는지를 막대 그라프로 표시한 후에 어떤 날이 ‘가장 많았고’ 어떤 날이 ‘가장 적었나’도 살펴본다. 다음 수학시간에는 작은 블록으로 집을 짓거나 디자인해 패턴 인식에 관해 배운다.
이렇게 하루 7시간을 공부하는 유치원 아이들이 갖는 휴식 시간은 고작 25분. 오후 3시45분에 파하면 아이들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안에서 곧장 골아 떨어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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