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끝난지 7일이 지나도록 대통령당선자가 나오지 않자 혼란의 끝머리를 장식할지 모를 5개의 가상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나리오--패자의 승복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패자의 결단을 요구한다. 오는 18일 플로리다 주정부가 발표할 최종집계결과를 패자가 깨끗이 받아들일 때 실현가능해지는 시나리오다. 패자로선 백악관 문턱에서 물러서는게 아쉽겠지만 "국익을 우선한 대정치인"이라는 칭송이 따라붙을뿐 아니라 잘만하면 4년후에 또 한번의 대권도전 기회를 얻을수도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플로리다 제외

연방법에 따라 선거인단은 12월12일까지 구성이 되어야 한다. 만일 이때가지 플로리다 사태가 정리되지 않아 선거인단 구성 자체가 불가능해질 경우 이 지역에 배정된 25명의 선거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513명이 대통령을 선출한다. 어느 후보건 257명 이상의 표를 얻으면 이기는 것. 아직까지도 최종결과예측이 불가능한 뉴멕시코와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을 제외하면 공화당의 조지 W. 부시가 장악한 선거인단은 246명인 반면 고어는 그에게 기운 오리건을 확실히 단도리할 경우 262명을 차지하게 된다.

▲세번째 시나리오--선거인단 반란

대통령은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설사 부시가 플로리다를 차지하더라도 선거인단 가운데 3명이 직접투표에서 이긴 고어를 찍는다면 그걸로 게임은 끝난다. 50개 주가운데 26개주는 해당주의 선거인단이 직접투표의 승자에게 의무적으로 표를 던져야 한다는 규정조차 갖고 있지 않다. 19개주와 칼럼비아특별구는 의무조항을 갖고 있긴 하지만 위반시의 처벌규정은 없다. 나머지 5개주는 가벼운 처벌조항을 법조문으로 명시해 두었으나 이제까지 반란표로 인해 기소된 사례는 없었다. 만약 플로리다에서 부시가 이기고 공화당 선거인단중 2명이 고어쪽으로 넘어가면 두후보는 269-269로 동수를 이루게 되고 대통령 선출권은 의회로 넘어간다.



▲네번째 시나리오--의회에서 선출

금년의 경우 연방상원의장을 겸한 앨 고어 부통령은 연방헌법에 따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투표 결과를 직접 발표해야 한다.
선거인이 반란표를 던지거나 아니면 고어가 플로리다를 차지하고 부시가 뉴멕시코에서 이기고 재검표로 위스컨신을 되찾은 뒤 아이오와나 오리건중 한곳을 추가하면 선거인단수가 269-269로 동수가 된다. 이 경우 새로 선출된 연방하원은 최다득표자 3명, 즉 고어와 부시 및 녹색당의 랄프 네이더를 상대로 표결을 한다. 각 주는 한표씩의 투표권을 가지며 투표권행사는 연방하원에서 해당주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당에게 돌아가며 양측이 동수인 주는 제외된다. 새로 구성될 연방하원에서는 의석기준으로 공화당 우세주가 28개주, 민주당 우세주가 18개주이기 때문에 부시가 유리하다.
부통령은 최고득표후보 2인을 대상으로 연방상원에서 당적에 관계없이 선출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부통령이 서로 다른 당에 속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상원이 부통령을 선출한데 비해 연방하원이 대통령선출을 하지 못할 경우 부통령당선자가 대통령직에 취임한다.

▲다섯번째 시나리오--해스터트 대통령

선거인단과 연방하원 모두가 대통령선출에 실패할 경우 권력승계법에 따라 승계서열 3위인 데니스 해스터트가 대통령에 취임한다. 월스트릿 저널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3분의 2는 올해 8선 고지등정에 성공한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