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을 때 허탈해진다. 더구나 그 최고의 자리를 어린 나이에 올라서면. 방만하게 생활해 나락의 길로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편안하게 마음먹어 멋있는 배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채시라(31) 김혜수(30)는 후자 쪽이다. 15년 전 비슷한 시기에 10대 소녀로 데뷔해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 한결같이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10대 연예인처럼 어린 나이에 과분한 인기도 누렸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아마도 연기를 천직으로 알고 지냈기 때문이 아닐까? 둘이 공교롭게도 월화 미니시리즈에서 맞대결 한다.
▲ 채시라( SBS TV <여자만세>)
"6개월 정도 쉬면서 너무 좋았어요. 연말까지는 푹 쉬고 싶었었는데 <여자만세> 극본을 보자마자 몸이 근질거리더라구요. 제겐 연기가 천직인가 봐요."
그런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밥 먹고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운동하는 그 모든 게 즐거웠어요"라며 6개월간의 신혼 단꿈을 깨고 싶지 않았지만 연기 욕심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단다. 한마디 한마디에 깨가 쏟아진다.
<여자만세>에서 맡은 역은 다영. 인생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자라 남자친구와의 결혼식만 기다리다가 버림 받은 후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역이다.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너무 가볍지 않게, 그러면서도 경쾌하게 그려 애정이 가는 인물입니다"라고 한다.
채시라의 연기력을 말하는 게 새삼스럽긴 하지만 <여자만세>를 보면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방송된 분량에서 답답하면서 애처롭기까지 한 다영 역을 잘 그려내고 있다. ‘채시라가 아니었으면 시트콤이 될 뻔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자만세> 출연하면서 94년도 <서울의 달>이 생각나더라구요. 슬프면서도 코믹하고, 또 감동도 있던 캐릭터였죠. 지금은 6년이란 시간도 흘렀고 결혼도 해서인지 그 때보단 연기에 눈이 뜨인 느낌입니다." 무척이나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
▲ 김혜수(MBC TV <황금시대>)
"섹시하지 않아?" "차라리 청순한 편이지 않니?"
탤런트 김혜수에 대한 팬들의 느낌은 언제나 이렇게 극과 극이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시원 시원하게 잘한다’로 일치되었다.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간직한 배우 김혜수가 <국희> 이후 1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그런데 1년이라는 시간도 김혜수의 모습을 전혀 낯설게 만들지 못했다. 그의 지난 출연작 <국희>를 기억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연출자와 작가도 <국희> 때 함께 일했고 게다가 배경도 일제 강점기, 세트도 비슷한 곳이니 헷갈릴 것만 같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외형상 비슷하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작품이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국희> 촬영 당시 느낀 편안함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어 더 멋진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금시대>에서 김혜수가 맡은 역할은 차인표에게 영향을 끼친 조선 은행가의 딸. 민족 자본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제에 대항하는 당찬 여성인 동시에 운명적인 사랑을 엮어가는 캐릭터다. 청순함과 섹시함이 동시에 배어있는 김혜수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배역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국희> 촬영 때 과자 찍는 기계가 나오는 장면 하나에 반나절이 걸렸어요. 완벽을 기하는 분들과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힘이 솟아요." 밝은 웃음 속에 연기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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