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타이태닉’ 영화로 LA가 열병을 치른 때가 있었다. 컴퓨터 합성영화의 성공적인 케이스로 주목을 받았고 촬영의 뒷이야기들을 담은 비디오가 출시돼 영화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에서도,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구명보트에 사람들을 태우는 장면은 백미였다. 노약자와 어린이들, 특히 젊은 여성들을 우대하는 모습은 많은 남성들로 하여금 생사문제조차도 초연한 수여자로서의 자긍심을, 여성들로 하여금 존중받는 존재로서의 행복을 느끼게 하여 감정이입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여성들은 왜 보호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남성들의 강한 힘이나 여성들의 나약한 심리와는 무관한, 엄숙하면서도 치열하고 필연적인 생존법칙의 문제이다. 남성들은 하루에 2억 내지 5억개의 정자를 나이와 상관없이 죽을 때까지 양산해 낸다. 여성은 한 달에 한 개씩, 길어야 40, 50대까지 모두 합쳐서 400개 미만의 난자를 배란할 따름이다. 여성이 왜 보호되어야 하는 존재인지는 생물학적으로 자명해진다. 냉정히 말하자면 그럴 듯한 신사도로 포장된 남성들의 ‘레이디 퍼스트’는 그들의 종족번식에 대한 의지의 사회적 반영으로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다. 과거에는 강력한 모계사회였다. 그러나 사회가 분화하면서 경제가 주요 생존권으로 등장하자 여성들은 남성들의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두뇌가 모자라서도 아니요, 힘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배란과 월경, 임신과 출산, 수유와 육아 등으로 경제를 주도하는 일로부터 어쩔 수 없이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 20대 나이에 미국인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얼굴 반쪽이 심하게 손상돼 과거 9년 동안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인고를 겪은 37세의 한인 입양아 출신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패사디나 스타 뉴스지에 실렸었다.
신문에 실린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본 순간 표현할 수 없는 경악과 분노가 치밀었다. 더구나 그녀가 자신의 망가진 인생 때문이 아니라 세 자녀들이 이런 엄마로 인해 상처받고 부끄러워 할까봐 염려되고 고통스러웠다는 표현 앞에서는 뜨거운 물기가 올라왔다. 그녀는 천상 엄마이고 한국 여인이었다.
이 땅의 많은 여성들이, 많은 아내들이 매를 맞는다. 짐승도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나 가족을 구타하거나 괴롭히지 않거늘, 왜 인간인 남성은 아내를 때리는가. 짐승만도 못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건가. 혹자는 여성들이 매맞을 짓을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매맞을 짓을 했을 때 매를 맞는가. 비열한 자가당착이다.
사상과 이즘은 여성들이 소유할 수 없는 오직 자신들만의 전유물인양 여성들을 얕보는 남성들, 임신과 출산,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고달픈 직장 여성들을 인간성, 혹은 책임감을 들먹이며 인신공격 하는 남성들, 여성들이 당하는 불이익과 불행은 여성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있다. 그들의 내면에는 여성들은 어딘가 부족하고 인간으로서 완성되지 않은 존재라는 상대적인 우월의식과 지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 잘못된 의식으로 말미암아 많은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서 눈물 흘리며 고통 당하고 있다.
이 세상은 남성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여성은 어떠한 이유로도 비하되거나 학대받아서는 안 된다. 남성들이 알아야 할 점은 여성이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같이 살아야 한다. 현명한 남성은 여성을 존중하는 자세는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곧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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