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어둠 속에서 오관을 집중해 감상하는 영화와, 설거지나 집안청소를 하면서 보는 TV 드라마의 간극은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
KBS2의 인디드라마 ‘동시상영’은 뻔한 스토리의 진부함을 극복한 ‘TV영화’라는 기치를 내세운다.
TV드라마의 조잘거리는 대사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영화의 ‘이야기’를 복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11, 18일 방송될 ‘동시상영’(밤 11시)은 30분의 단편을 두 편으로 묶었다. 1화 ‘진실, 강물에 빠지다’와 2화 ‘부부는 울지 않았다’는 줄거리도 등장 인물도 다르지만 ‘카메라’라는 공통적인 소재를 선택하고 있다.
어느날 우연히 손에 들어온 6mm 카메라에서 ‘진실, 강물에 빠지다’는 출발한다. 방송프로덕션 PD인 성일은 ‘찍히는 대로’만들어지는 영상을 얻기 위해 ‘스위치만 눌러 놓으면 200만원을 드립니다’라는 메모를 붙여 카메라를 세상에 던진다.
이 카메라는 젊은 백수와 술취한 중년남자 등을 전전하며 때론 차갑고 때론 애틋한 ‘진실’을 담는다. "쟤 밥맛인데 왜 자꾸 만나?""심심하잖아, 바쁘면 보겠냐?"백수가 화장실에 간 사이 테이프에 담긴 애인의 진실이다.
"나도 꿈이 있어! 처자식 먹여살리고, 성공하고 이런 거 말고!"술취한 남편이 쓰레기통 앞에서 읊조리는 진실에 아내의 눈에는 물기가 고인다.
하지만 테이프는 중간에 실수로 없어지고 ‘진실은 원래 공허한 것’이라는 성일의 고집대로 화면은 텅 비어 나간다. 하지만 방송 후 카메라를 물 속에 던지는 그의 행동에는 더 섬뜩한 진실이 숨어 있다. 이색적인 소재, 6mm의 거친 화면에 섞인 감각적 영상이 충분히 눈길을 잡아 끌 만하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카메라와 수영하는 봉수(권해효)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2화 ‘부부는 울지 않았다’는 시작한다.
남들처럼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봉수와 은정(이상아)은 ‘너희 부부 심각하다’는 친구 달식(변우민)의 부추김에 특이한 부부클리닉을 찾게 된다.
일주일 동안 집안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하여 부부의 문제점을 진단한다는 것이다.
"여보 과일 드세요""음~맛있군"부부는 처음 카메라를 의식하고 낯간지러운 대사를 남발하다 곧 본색을 드러낸다. 저명한 미국 심리학자의 이론에 따라 화면을 분석한 의료진은 개전의 정이 없다며 ‘이혼’판정을 내리지만 이들은 카메라에 비친 일주일 대신 자신들이 지내온 7년을 택한다.
어찌보면 ‘부부클리닉’류의 그저그런 소재이지만 카메라에 담긴 ‘진실’을 넘어서는 또다른 진실이 이야기를 감칠맛나게 한다.
화면의 질감이나 깊이, 변화무쌍한 캐릭터에서는 아직 영화를 따라잡지 못할 듯 하다. 하지만 ‘몰카’’CCTV’등으로 일상에 들어온 카메라를 신선하게 포착한 점은 돋보인다. 굳이 ‘무엇’을 표방하지 않더라도 진부함을 넘어서려는 여러 시도는 높이 사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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