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모임이 많은 때이다.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노래 못하고 죽은 귀신이 씌웠는지 모이는 곳마다 주종은 술과 노래다. 그래도 힘들어진 경제 때문인지 2차나 3차를 고급 술집으로 가지 않고 그냥 간단히 노래방가서 때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노래방 문화가 생겨나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일지도 모른다.
우선 노래방 꼴불견이 있는데, 남이 노래할 때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사람, 신나는 곡 나오면 꼭 남의 손을 끌면서 백 댄싱을 강요하는 사람, 자기 노래 예약 한다고 예약 버튼 잘못 눌러서 남의 노래 끊어놓는 사람, 마이크를 돌리다가 남의 머리 치는 사람, 남의 허벅지에 탬버린 쳐서 피멍 들게 하는 사람 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노래방에 남녀가 같이 갈 때와 남자들만 갈 때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우선 노래 시작할 때, 남녀가 같이 가면 서로 먼저 노래부르라고 하는데 남자들만 가면 노래책 찾느라고 정신이 없다고 한다.
모르는 노래할 때 남녀가 같이 있으면 조용히 경청하고서는 "누가 부른 거지? 노래 좋은데"하는데, 남자들만 가면 여기저기 노래책 넘기는 소리만 요란하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남녀가 같이 있을 때는 조용히 감상하는데 남자들만 있을 때는 다같이 부르자고 한 적이 없는 데도 어느 순간 합창이 되며 누가 선곡한 노래인지에는 관심도 없다.
고음에서 버벅(?)댈 때, 남녀가 같이 있으면 어려운 음정에서 함께 부르며 도와주는데, 남자끼리만 있으면 "왜 저렇게 힘들게 살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최신곡을 부를 때, 남녀가 같이 있으면 최신곡에 소홀했음을 반성하는데 남자끼리만 있으면 그냥 부르고 싶은대로 놔두고 좌중에서는 술 먹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마저 한다.
옛날 노래를 부를 때, 남녀가 같이 있으면 과거에 숱하게 들었던 노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데, 남자끼리 있으면 박자가 빨라지게끔 몰래 기계를 조작하기도 한다.
노래방 나갈 시간이 되었을 때, 남녀가 같이 있으면 손 흔들면서 함꼐 부르는데 남자끼리면 혼자 부르게 놔두고 먼저 나가서 담배 한대 피우면서 기다린다.
이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매너라는 게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이 노래할 때는 열심히 경청해주고 아낌없이 박수도 쳐주는게 연말 송년 모임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노래실력도 실력이지만 선곡 점수도 꽤 중요한 것 같다.
386이나 475세대들도 맨날 자기세대 노래만 고집할 게 아니라, god나 핑클의 노래에도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n세대를 껴안고 갈수 있는 포용력도 중요하다고 본다.
노래방에서 제 18번이 뭐냐구요? 나, 이숙영은 애정당 당수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주로 사랑 노래들이다. 예컨데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나 사람과 나무가 부르는 <쓸쓸한 연가> 같은 곡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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