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모. 안치환.이소라등 참여 추모앨범 ‘...앤솔로지1’
’공동경비구역 JSA’는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남북한 병사가 소주와 정을 나누다니. 하지만 이 영화는 고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로 현실적 구체적 이미지를 향해 나아간다.
누군가는 말했다. 1970년대에는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 연기"로 시작하는 최백호의 ‘입영전야’를, 90년대에는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하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나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로 시작하는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를 불렀다고.
아들의 군 입대가 70년대의 부모에게는 자랑스러운 ‘남아의 증명’ 이었다면, 80년대의 어떤 저항적 젊은이들에게는 군입대가 사회로부터의 격리적 성격을 지니기도 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는 그렇게 80년대 군대를 다녀온 청춘들을 위로하는 90년대의 노래였다.
1964년에 태어나 1996년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가수 김광석의 추모 음반이 나왔다. 수년간 발매된 트리뷰트 앨범은 잊혀질 뻔한 가수들을 새로 조명한 공을 남겼고, 그들에 대한 음악적 향수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기대에 못 미치는 음악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광석의 추모 앨범 ‘김광석 앤솔로지 1-다시 꽃씨 되어’는 포크 가수 김광석의 목소리를 그리워 하는 팬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그가 뿌린 음악 꽃씨의 싹을 틔워 보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음반이다.
가장 즐거운 일은 거친 듯, 지친 듯하면서도 그 안에 뭉근한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아끼고 즐겨 불렀던 13곡을 선정했는데, 김광석과 그의 동료들이 노래를 함께 주고 받는 것처럼 들린다. 냇킹 콜의 목소리에 딸 나탈리 콜이 노래를 덧씌워 만든 ‘Unforgetable’의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는 ‘비가 내리면’하는 김광석의 목소리로 시작해 박학기 안치환 김광진 엄태환 이정열 서우영 윤도현 한동준 조규만 이소라 김건모 윤종신 강산에 나원주 여행스케치 등 그의 동료이자 후배 가수들이 한 소절씩 불렀다. 그를 기억하는 마음처럼 풍성하고 힘찬 노래여서 일단 시작이 산뜻하다.
내뿜는 담배 연기처럼 세월이 흘러간다는 ‘서른 즈음에’는 박학기 권진원이, 노래가 양식(糧食)이 될 수 있음을 노래한 ‘나의 노래’는 한동준 여행스케치가 김광석과 함께 불렀다.
’그대가 기억하는 나의 옛 모습’(조트리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강산에), ‘변해 가네’(동물원), ‘일어나’(엄대환 이정열 서우영), ‘이등병의 편지’(윤도현), ‘그녀가 처음 울던 날’(김건모) 등 김광석의 주옥 같은 노래들이 요즘 가수들의 목소리와 어우러졌다. 박학기 신영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음반은 노래 전체를 믹싱 버전으로 만든 점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지만 ‘앤솔로지2’를 기대해 보자.
1995년 9, 10월 라이브 공연 1,000회 돌파 콘서트를 갖고 다음 음반 작업으로 한참 들떠 있었던 김광석. 쇠로 만든 ‘도브로’라는 기타를 갖는 것이 꿈이었던 천상의 가수 김광석. 그는 하늘에서 소원을 이루었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