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KBS 뮤직뱅크 있습니다. 밤 10시에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리고 오후 7시 30분에 ‘TV특종 놀라운 세상’주목하시기 바랍니다. 13일은 MBC ‘음악캠프’와 ‘일요일 일요일밤에’ENG촬영이 있구요.."
팬클럽 사서함에 남겨진 god의 스케줄이다. 하루 한번씩은 꼭 사서함을 확인한다는 E양(18)은 이 스케줄을 꼼꼼히 기록했다가 챙겨 본다. 시간을 내서 야외촬영에 따라가기도 한다.
방송사 예능국에서는 "god, 임창정 유승준이 없으면 방송을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
일반인의 관심도 관심이지만 무엇보다 이런 팬들의 열성이 프로그램을 ‘먹여 살리는’견인차이기 때문에 무리가 가더라도 정상급 가수들을 섭외할 수밖에 없다.
"톱가수들이 나오면 기본(시청률 두자릿수)은 먹고 들어간다"는 게 PD들의 입장이다.
10대 팬의 열기는 제작진에 격렬하게 전달된다. 가요순위 프로그램 제작진은 방송 다음날은 오전중 전화를 거의 받지 않는다.
누가 1위가 되든 심한 욕설의 항의전화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세대별 선호도에 대한 자료를 달라"는 요구가 들어 오기도 한다.
복권추첨 프로그램인 KBS ‘쇼 행운열차’의 경우 한 주간의 연예정보를 다루는 코너에서 H.O.T 멤버 강타의 본명(안칠현)을 진행자가 비웃었다는 이유로 일주일 동안 전화와 팩스를 거의 쓰지 못할 정도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때론 헛소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KBS라디오 ‘홍경인의 라디오가 좋아요’는 남성듀오 캔이 이 프로그램에서 H.O.T를 비웃었다는 소문이 퍼져 제작진과 캔에 비난이 쇄도하자, 담당PD가 "방송중 H.O.T 관련 발언은 하나도 없었다"는 해명을 올리기도 했다.
’어제 오빠가 노래를 부를 때 카메라워크가 이상했다’’왜 00은 예쁘게 나오는데 우리 언니들은 이상하게 비추느냐’는 등 구체적인 항의도 있다.
제작진에게 생소한 신인가수를 출연시켜 달라고 조르는 팬도 있다. 마니아를 넘어 거의 매니저 수준이다. PD들은 "이제 제작권까지 침해한다"고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팬클럽 덕분에 제작현장의 질서가 잡히는 경우도 있다. 팬들이 하늘색(god), 흰색(H.O.T), 분홍색(핑클) 등의 풍선을 들고 소란스럽다가도, 팬클럽 리더가 "야, 조용히 해!"라고 한마디 하면 금방 조용해진다.
흥이 나야 하는 오락프로그램에서 팬클럽은 아주 훌륭한 방청객이다. 그래서 방청권의 상당 부분이 팬클럽에 배분된다.
제작진은 "따로 오는 팬들보다 팬클럽이 고마울 때가 많다"고도 말한다.
방송에서 팬덤은 이제 기피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되었다. 때론 귀찮고 성가시지만 잘만 다독거리면 훌륭한 공생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팬이 모이는가를 과시하는 ‘게릴라 콘서트’라는 팬덤 관리 프로그램이 일부러 만들어지기도 했다. 방송이 10대 위주로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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