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이 되어 회상하는 어린 시절, 청춘의 초상은 "가혹한 환경이 오히려 나의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로부터 인생의 참교훈을 얻었다"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대개의 성장 영화가 작가로 성공한 이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맑은 물을 길어올릴 수 있는 우물을 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 날이 없었던 가난, 부모나 학교로부터의 부당한 박해, 영원히 출구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 속에 놓여있던 이 중 몇명이 이런 혜안을 갖게 되었을까.
가난에 찌든 유년기와 혼돈의 청춘기를 회상하는, 최근에 출시된 비디오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앨런 파커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프랭크 멕커트의 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만든 <안젤라스 애쉬스>, <덤 앤 더머>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감독 피터 페럴리의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마이클 코렌티 감독의 <아웃사이드 프로비던스>, <필라델피아>의 각본에 참여했던 미구엘 아테타가 연출한 <내일은 태양이 뜨지 않는다>.
이중 덜 슬프고, 덜 마음 아픈 <아웃사이드 프로비던스 : Outside Providence>(18세, 스타맥스)를 소개한다.
우선 영화의 각본을 쓴 이가 피터 페럴리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화장실 유머’로 대표되는 영화를 만들어왔기에 이처럼 진지한 성장 영화의 대본을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니면 감독이 많이 걸러낸 것일지도.
아무튼 평범한 사람의 머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구역질나는 유머를 만들어낸 감독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청춘기를 보냈다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1974년 로드아일랜드주의 푸투켓이라는 작은 마을. 고등학생인 팀 마이클 던피(쇼운 하토시)는 밤마다 친구들과 카드놀이를 하며 맥주를 마시는 무심한 아버지(알렉 볼드윈), 축구를 하다 다쳐 휠체어 신세가 된 동생, 한눈에 안대를 하고 다리도 세개뿐인 개와 살고 있다. 친구들과 어울려 마리화나를 피우며 이 작은 마을을 벗어나는 꿈을 꾸는 게 유일한 낙.
친구들과 마리화나를 피우며 무면허 운전을 하다 경찰차를 들이받고 만다. 아버지는 코네티컷주의 콘웰 아카데미로 아들을 보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 어릴 땐 이런 기회조차 없었다. 졸업하지 못하면 일년을 감옥에서 썩어야하니 알아서 해라."
규칙을 어기면 노동을 해야하는 엄격한 기숙학교에서도 팀은 전교생에게 놀림당하는 소심한 어빙, 학교 최고의 마리화나 공급책인 부자 아들 빌리, 훤칠한 외모의 뺀돌이 휠러와 어울린다.
그러나 예쁜 모범생 제인 웨스틴(에이미 스마트)과의 데이트는 친구들과의 일탈행위나, 감시하고 질책하는 사감에 대한 반항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보게 해준다.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동생에 대한 애틋함, 무심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17살의 청춘은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방관자로만 살아갈 수 없는 평범한 젊은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슬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팀이 보여준 용기와 행동은 대견하기 짝이 없다. 60, 70년대를 그리는 영화가 대개 그러하듯 당대를 대표하는 팝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향수에 젖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온건한 청춘영화의 장점이라 하겠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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