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어느 날 워싱턴 D.C.에 있는 당시 소련 대사관 정문의 벨이 울렸다.
사나이는 안으로 인도됐다.
벨을 누른 이 사나이의 이름은 바로 미해군 준위 존 워커 주니어였다.
불안한 표정이 역력한 워커 준위는 힐끔힐끔 주위를 살피면서 "특급 비밀을 팔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워커를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나다. 만약 내가 ‘노’라고 대답했더라면 워커 스파이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은퇴한 KGB 스파이 보리스 솔로마틴은 미국에 크나큰 충격을 준 해군 스파이 워커에 언급, 수 년 전 이렇게 회고했다.
워커가 FBI나 미해군 정보당국의 위장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솔로마틴은 "워커가 내민 암호표를 보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포트미드의 요새에서 국가안전국(NSA)이 고안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호표는 어떤 탁월한 암호해독전문가나 수퍼컴퓨터를 동원하더라도 다른나라에서 절대 풀 수 없는 완벽한 비밀이다. 하지만 거의 18년 간 KGB에 암호해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존 워커같은 사람은 이같은 철벽의 암호시스템도 한 순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외국스파이들이 노리는 미국의 특급 미밀은 과연 어떤 것일까.
특급 비밀은 핵무기, 첨단 하이테크 시스템 정보등 매우 다양하다.
하늘에 떠있는 미국 스파이위성에 관한 정보, CIA와 군에서는 물론 외국에 있는 미국공관과의 교신에 사용하는 암호표, 국가안전국이 외국정보수집에 사용하는 전자도청장치의 성능 및 설치방법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외국정부는 스파이를 동원, 특급 비밀을 훔치기도 하고 요즘같은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에는 미국의 중요한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기도 한다.
냉전은 막을 내렸지만 스파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FBI 정보분야 베테런 수사관 로버트 핸슨은 모스크바 당국을 위해 간첩활동을 벌이다가 체포된 가장 최근의 스파이에 불과하다.
서방국가들도 구소련과 러시아의 비밀을 캐기 위해 스파이를 이용해 왔다.
올레그 펜코브스키는 소련 미사일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서방세계에 제공하다가 발각돼 지난 1963년 처형당했다. 10년 전에는 바실리 미트로킨이 KGB의 비밀정보를 갖고 영국으로 망명했다.
냉전기간이나 그 후에 CIA로 전향한 외국 스파이도 수십 명에 달한다.
모스크바 당국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벌였던 FBI 에이전트 얼 에드윈 피츠도 전향한 러시아 스파이가 갖고 온 정보에 의해 신분이 탄로나 체포됐다.
비밀정보의 누출을 막기 위한 보다 완벽한 보안 작업은 핸슨 케이스가 드러나기 전에 이미 진행중이었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기 전인 지난 1월 미국정부의 대간첩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명령 CI-21을 내렸다.
핸슨 케이스의 충격속에서 당국이 즉각적으로 착수한 작업은 국가비밀의 보안강화와 FBI의 거짓말탐지기 사용확대다.
FBI는 핸슨이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결코 받아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비밀취급 요원들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를 받도록 즉각 조치했다.
하지만 정보전문가들은 보안조치가 아무리 강화된다고 해도 지구상에 국가가 존재하는 한 스파이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국을 배반하는 스파이가 있는 한 국가의 비밀정보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