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스 패밀리, 자매승부 조작 비난에 인종차별론으로 반격
테니스계의 ‘황금자매’ 비너스 윌리엄스와 서리나 윌리엄스는 핏줄로 맺어진 우애를 떠나 코트에서만큼은 진검승부를 펼치라는 팬들의 기대를 우롱하고 있는가.
둘의 키높이가 한켜한켜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농도를 더해가던 이런 의문은 둘이 맞붙게 된 지난주 매스터스 시리즈-인디언 웰스 대회 준결승에서 언니 비너스가 돌연 기권하면서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응당 사방팔방에서 비난이 잇따랐다.
특히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에게는 두 딸이 맞붙게 되면 가족회의 등 ‘밥상머리 송사’를 통해 승부까지 주물럭거린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그가 WTA(세계프로테니스협회)더러 "내 딸들의 인기에 얹혀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주제에…"라며 마땅한 ‘성의표시(특별한 대우)’를 요구했던 지난 연말의 발언에 대해서도 재탕삼탕 삿대질이 되풀이됐다.
윌리엄스 패밀리의 총사령관격인 리처드가 마침내 대대적인 재반격에 나섰다. 코너에 몰린 만큼 어지간한 카운터블로가 아니면 그대로 무릎을 꿇릴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오싹해진 것일까. 반격용 무기는 미국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뇌관의 하나인 인종문제였다.
"(인디언 웰스 대회때) 비너스와 내가 계단을 따라 우리 자리로 내려갈 때 사람들이 뭐가 했는지 아시오? 계속해서 나를 껌둥이(nigger)라고 불렀소. 한 사람은 ‘75년만 됐어도 당신같은 놈이야 산 채로 껍질을 벗겨버리는건데’라고 했소…그 상황을 무사히 넘기는 게 급선무라고 난 직감했소.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어요. 인디언 웰스(에서 일어난 일)는 미국을 모독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비너스-서리나 맞대결 불발이 리처드의 반스포츠적 계략이 아니라 백인 투성이 관중들의 반인륜적 인종차별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취한 선택이었었다는 해명이다. 그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서리나는 심한 야유를 들으며 결승전을 치러야 했다. 리처드는 딸들에게 누가 이겨라 져라 말한 적도 없을뿐더러 기권사태 이후 비난에 반발해 앞으로는 인디언 웰스 대회에 출전하지 말라고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완강히 부인했다.
서리나는 비너스 역시 아버지의 인종차별론에 기름을 붓고 나섰다.
"미국은 소수계에서 나쁘게 대해온 역사를 갖고 있잖아요. 약속의 땅이라는 곳에서 그러니 더욱 슬픈 일 아닌가요."
단순한 호기심에서 의구심으로, 비난으로 옥타브를 높여온 테니스계의 윌리엄스 패밀리를 둘러싼 파문은 인종문제라는 골치아픈 소재를 건드림으로써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갈림길에 와 있다. 계속확산보다는 조기진화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 또한 그만큼 위험한 뇌관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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