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나마의 재단사’(The Tailor of Panama)
미·영 제국주의 국가들의 세계 지배를 위한 광적인 정보수집을 통렬히 야유한 스파이 풍자영화로 전체가 하나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굉장히 냉소적인 어두운 코미디이자 스릴러로 드라마와 코미디와 폭력이 불균형적으로 섞여 기대하지 않은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다소 얄궂은 영화다.
원작은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소설이고 그의 글을 르 카레와 영국의 명감독 존 부어맨 등이 함께 각색했다. 인간 우행을 잘 다루는 모험가 부어맨의 솜씨가 역력한 짓궂게 광기 어린 소극으로 특히 대사가 위트와 독기와 냉소를 고루 머금어 콕콕 쑤셔대는 재미가 있다.
1999년 미국이 파나마 정부에 파나마 운하를 돌려준 직후. 영국 정보부 MI6의 베테런 요원 앤디 오스나드(피어스 브로스난)는 엽색행각에 부패해 한데인 파나마로 발령이 난다. 앤디는 냉소적인 냉혈한으로 이기적이요 탐욕스럽고 비도덕적인 데다가 구제 불능한 난봉꾼으로 말하자면 역 제임스 본드다(본드역의 브로스난이 자기를 풍자하는 것 같아 재미있다.)
생면부지의 땅에 온 앤디는 자기 정보원으로 런던 출신의 재단사 해리 펜델(제프리 러시)을 선정한다. 해리는 파나마시티의 정재계 거물들과 대통령의 양복재단사여서 듣는 게 많은 사람. 앤디는 파산 직전인 해리의 전과 사실을 그의 아내 루이사(제이미 리 커티스)에게 폭로하겠다고 위협하고 또 돈으로 매수해 그를 자기 끄나풀로 만든다. 그리고 영국 대사관의 차가운 직원 프란체스카(캐서린 맥코맥)를 유혹 화끈한 성애를 즐긴다.
이때부터 두 남매와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해리의 악몽이 시작된다. 그런데 해리는 몽상가요 이야기꾼인데다 타고난 거짓말쟁이로 정보를 요구하는 앤디를 만족시키기 위해 야금야금 헛정보를 전해준다.
작은 거짓말은 큰 거짓말이 되고 마침내 파나마 운하 판매와 해리의 친구로 실패한 혁명가인 미키(브렌단 글리슨)와 해리 양복점 매니저로 노리에가 정권의 피해자인 마타(레오노어 바렐라)가 관계된 침묵하는 반정부 인사들의 혁명 시도라는 가공할 거짓말로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해리의 가정에 불화까지 일게 된다.
앤디가 해리의 거짓 정보를 MI6에 보고하고 MI6는 이를 다시 펜타곤에 통보하면서 미군이 파나마를 재침공한다.
앤디와 해리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장난처럼 시작한 해리의 거짓말을 이용해 마지막 한탕 하려는 앤디와 가정을 지키려고 계속해 커지는 가짜정보를 꾸며내는 해리의 관계가 사뭇 치열하고 적대적이면서도 겉으로는 친화적인데 이둘 간의 역학관계가 아주 재미있다.
영화는 제국주의 국가의 망령에 가까운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과 음모 그리고 인간의 부패를 싸잡아 조소 야유하고 매질을 해대는데 이같은 과정에서 끝 부분이 다소 황당무계하게 맺어져 그 때까지의 진지한 풍자성에 상처를 주고 있다.
원색적인 파나마시티의 번화가와 빈민가를 샅샅이 보여주는 촬영과 경치가 보기 좋고 허풍 떠는 듯한 촌스런 제프리 러시와 간교한 피어스 브로스난의 연기가 돋보인다. 영국의 유명 극작가 해롤드 핀터가 해리의 사촌귀신으로 나온다. 그러나 맥코맥, 글리슨 및 바렐라 등은 군더더기 같다. 고르지 못한 리듬과 지나친 농담 같은 끝마무리가 흠이지만 재미있고 보고 느낄 게 많은 영화다. 등급 R. Columbia.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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