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댄서>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안타깝기만 한 모성애를 다룬 영화로 보고 나면 가슴이 뭉클하다.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선한 연출과 세계적인 아이슬랜드 출신 여가수 비요크의 열연이 감동적인 스토리와 함께 조화를 이룬다.
체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공장에서 일하는 셀마는 시력을 잃어간다. 자신을 닮아 눈이 멀어가는 아이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그는 아이가 열세 살이 되기 전 눈을 고쳐주겠다는 소망 하나로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고된 노동을 감수한다.
그의 유일한 삶의 기쁨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춤과 노래의 상상 속에 빠지는 것. 뮤지컬에 대한 상상은 늘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셀마를 지켜주는 버팀목이 된다. 하지만 옆집에 사는 경찰관 빌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셀마의 돈을 훔치는데.(12세, 6일)
<구멍> 대만 포스트 뉴웨이브 감독군을 대표하는 차이밍량 감독의 4번째 장편’구멍’이 새롬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된다. 이 작품 역시 자신의 영화적 화두인 도시 소외를 그렸다. 92년 데뷔작’청소년 나타’에서 도시 젊은이의 절망에 대해 비판적이면서 동시에 낙관적인 실험을 하였고 ‘애정만세’(94년)를 통해선 현재 대만의 불합리와 소외를 깊숙이 파헤쳤던 그는 ‘하류’(96년)에서 중국사회 가족문제에 대한 대담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21세기를 며칠 남겨둔 어느날. 대만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다. 온통 물바다가 된 아파트 아래층엔 여자가, 그 위층엔 남자가 살고 있다. 아래층으로 비가 새는 것을 발견한 여자는 배관공을 부르고 누수확인을 위해 파헤친 조그만 구멍이 그 둘을 잇는 유일한 공간이 된다.
가끔씩 남자는 그 구멍으로 여자를 살피고 구멍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여자는 그 삭막하고 비 내리는 아파트에서 마치 파리의 무희처럼 노래하고 춤을 추다 물을 피해 쌓아둔 짐 속으로 파고 들어가 한없이 울기 시작한다.
남자는 점점 그녀에게 매혹되어가고 점차 그 구멍 곁을 맴돌게 된다. 마침내 어느날 그녀도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버린다.
영화는 이 지루한 훔쳐보기의 와중에 현란한 뮤지컬 화면을 집어 넣는다. 감기에 외로움까지 겹친 아랫집 여자는 뮤지컬 화면 속에서 50년대 대만의 톱 가수였던 그레이스 창의 노래를 부른다. 판타지 화면 속의 그녀는 현실 속 그녀와 많이 다르다. 화려한 옷을 걸치고 현란한 칼립소 춤을 춘다. 그녀 주위엔 남자가 많다. 그녀는 최소한 판타지 안에선 스타다.
죽을 병은 아니지만 불치병일지도 모를 여자의 외로움은 몽상으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는 결국 판타지 속의 자신과 달리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그때 영화는 이 암울한 현실 속에서 구원의 이미지를 들이민다. 쓰러져 가는 그녀 앞에 ‘손’이 내려오고, 그녀는 남자가 내민 손을 받아 쥔 채 윗층으로 올라간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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