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은 개 같은 것’(Amores Perros)
치열하고 사납고 거칠면서도 감정과 인간성이 눈물겹도록 풍부한 폭력과 사랑과 구원의 작품이다. 유혈이 낭자한 액션 영화이자 사랑과 관계의 상실을 앓는 멜로드라마요 또 도시 속 고독과 비인간성을 가차없이 드러낸 사실적인 드라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속죄와 구속의 영화인데 운명이 전능하게 주인공들의 삶을 다스리고 있어 허무감마저 인다.
제목은 사랑의 마이너스적인 작용과 개 사랑이란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는데 개가 사람들의 운명변화에 큰 작용을 하고 있다. 올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멕시코 영화로 TV 광고필름 전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37)의 감독 데뷔작. 이야기 서술방식과 연출 솜씨가 대가급이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숨을 헐떡이는 덩치 큰 검은 개 코피를 차 뒷자리에 누여놓은 채 옥타비오(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추격하는 갱을 피해 멕시코시티 시내를 과속으로 질주하는 첫 장면부터 대뜸 급박한 속도감과 강렬성에 휘말려들게 된다. 옥타비오의 차가 교차로에서 굉음과 함께 발레리아(고야 톨레도)가 몰던 차와 끔찍한 충돌사고를 내면서 이 사고에 관계된 사람들의 운명이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는 이 교통사고를 중계점으로 삼고 사고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3개의 챕터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의 플롯이 마구 교직되고 현재와 과거가 자유롭게 위치를 서로 바꾸는데 무성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서로 직접적인 관계는 맺지 않으면서도 감정적으로 이어진다.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 옥타비오는 날건달인 형의 임신한 아내 수산나(바네사 바우체)를 사랑해 자기와 함께 도망가자고 조른다. 옥타비오는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피를 불법투견에 내보내는데… 투견장면을 찍을 때 개에 입마개를 씌워 찍었다.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며 짖는 개들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맞붙어 뒹굴면서 지르는 아우성과 비명 그리고 피가 흥건히 묻은 채 시멘트 바닥에 누운 개의 모습이 끔찍하도록 사실적인데 감독은 투견을 통해 인간성의 상실을 상징하려 했다고 말한다.
두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향수 모델 발레리아. 발레리아는 자기를 사랑해 두 딸과 아내를 버린 잡지 편집장 다니엘(알바로 게레로)과 함께 새 아파트(아파트 건너편에는 긴 다리의 발레리아가 요염한 포즈를 취한 광고 간판이 보인다)에 든 날 작은 애견 리치와 함께 잠깐 외출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발레리아는 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크게 다치는데 어느 날 리치가 마루에 난 구멍 속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으면서 영화는 괴기 공포영화의 분위기를 띤다. 허영의 상징인 발레리아가 한쪽 다리를 잃고 체념 속에 겸손해지는 마지막 모습이 처량하다.
세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이 영화의 기둥인 엘 치보(에밀리오 에체베리아가 영화에 큰 무게를 준다). 그는 대학교수 출신의 혁명가로 투옥됐다가 출감한 뒤 사람보다 개들을 친구로 삼고 사는 거지꼴의 뜨내기가 되었다. 현재 직업은 청부살인자.
자기가 죽은 줄로 아는 딸을 그리워하는 엘 치보는 살인과 죽음의 인간인데 그가 청부살인을 부탁 받은 카인과 아벨을 상징하는 에피소드가 코믹하고 극적이다. 엘 치보는 교통사고의 목격자로 비명을 지르는 옥타비오 대신 코피를 구해내 정성껏 치료해 준다. 그리고 코피가 자신의 애견들을 모두 물어 죽인 뒤 비로소 그도 자신의 죽음과 살육의 과거와 화해한다. 엘 치보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으로 우리는 그를 통해 속죄와 구원 그리고 사랑과 인간성의 회복을 찾게 된다.
맹렬하고 격정적이며 또 속도감과 터질 듯한 힘을 지닌 작품으로 얼굴에 강펀치를 맞은 것처럼 강렬한 충격을 받게 된다. 등급R. Lions Gate. 뉴윌셔(310-394-8099), 쇼케이스(323-734-2944), 리전트(310-248-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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