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전인화등 연기력 바탕으로 주연급 조연 자리매김
’2인자를 잡아라.’
지금 방송가는 주인공이 아닌, 2인자를 캐스팅 하는 데 더 역점을 두고 있다. 타이틀 롤을 맡은 주인공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내세우는 간판이지만 실제 드라마가 방송됐을 때 극의 재미를 이끌어가는 배역은 2인자다.
이는 KBS 1TV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왕건 역의 최수종보다는 궁예역의 김영철이 더 부각되면서 본격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다. 김영철은 궁예역을 맡아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기생활 25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주인공 못지 않은 비중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개성있는 2인자를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례현재 시청률 30%가 넘는 SBS TV 인기 사극 <여인천하>. 정난정 역에 강수연을 캐스팅하는데 큰 공을 들이고, 강수연이 드라마의 시선을 끄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당 시청률을 살펴봤을 때 이 드라마의 일등공신은 문정왕후 역할을 맡은 전인화. 뛰어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가며 드라마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5월 9일 첫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2TV <명성황후>에서 타이틀롤 명성황후를 맡게 된 이미연을 캐스팅한 것 만큼이나 제작진이 신경썼던 배역은 영보당 이씨.
명성황후의 아역이 등장하는 드라마 초반 궁중신을 이끌어갈 중요 배역이다. 여러 사람이 물망에 오른 끝에 정선경이 결정됐다.
MBC TV 월화사극 <홍국영>을 연출하는 이재갑PD가 홍국영 만큼이나 중요시했던 배역은 정후겸. 홍국영에 맞서는 이 인물의 성격이 오히려 현대에 더 먹혀들어간다. 이 PD는 일찌감치 정웅인에게 이 역할을 맡겼고, 정웅인 역시 홍국영보다는 정후겸 역할을 원했다.
올 가을 방송될 MBC TV 시대극 <상도>. 현재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최인호씨의 동명 원작 소설을 <허준>의 콤비인 최완규 작가-이병훈 연출로 만드는 작품이라 벌써부터 화제다. 스태프들이 주인공 임상옥 못지 않게 신경쓰는 배역은 최완규 작가가 소설에 없는 인물로 만들어내는 여성 상인.
최 작가는 "이 여성 상인은 <허준>의 예진아씨처럼 가공 인물이다. 임상옥이 주연을 맡겠지만 실제 극의 흐름은 이 여자가 끌고 갈 것이기에 카리스마가 있는 여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보이고 있다.
◆2인자에 필요한 조건호흡이 긴 시대극이나 사극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16~20부작의 미니시리즈에서도 주연급 조연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연기력은 그저 그렇지만 ‘이름값’으로 주인공을 정하는 현실에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김영철이나 전인화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2인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연기력이다.
PD입장에서도 이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된다. 연기를 잘 하다보니 비중이 애초 설정했던 것보다 더 커지거나 출연횟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2인자가 맡는 역할들은 개성이 강하거나 주인공과 대립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배우들로서도 욕심을 내고 있다. 홍국영이 캐스팅되지 않아 애먹었을 때 제작진은 정웅인에게 홍국영을 맡길까 고려했으나 정웅인이 정후겸 역할을 고집했다.
하지만 욕심만을 앞세우는 것은 금물. 극의 흐름을 업고 자연스럽게 부각돼야지 주인공보다 더 튀려고 ‘오버’ 한다면 채널은 고정되지 않는다.
김가희 기자 kahee@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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