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쿨 바에서의 어느 날 밤’(One Night at McCool’s)
야하고 천한 기마저 흐르는 알록달록한 필름 느와르이자 섹스와 유혈과 살인이 있는 다크 코미디로 변태적이요 달콤한 악몽 같다. 에로틱하고 폭력적인 세 사나이들의 한 여자에 대한 욕망과 봉변기로 유머와 아이로니 그리고 운명과 성적 긴장감이 가득한 섹스와 피의 향연이다.
각본(스탠 사이들)이 아주 총명하고 독창적이며 대사가 재치와 유머로 수놓아진 이 영화는 도대체 플롯이 언제 어디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데 이리 휘고 저리 굽는 얘기 따라가는 재미가 보통 아니다. 영화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헤어스타일을 한 채(배꼽 빠지게시리 가관이다) 빙고를 하는 킬러로 나와 시치미 뚝 뗀 연기를 하는 마이클 더글러스가 제작했다.
어느 날 밤 맥쿨 술집에 나타난 아이처럼 순진한 얼굴에 무르익은 육체를 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주얼(리브 타일러)을 사랑하고 탐내는 세 남자가 각기 자기 나름대로 주얼과의 관계를 고백하는(쿠로사와의 ‘라쇼몬’이 생각난다) 식으로 진행된다.
주얼을 폭력적인 애인으로부터 먼저 구해주는 것이 착해 빠진 바텐더 랜디(맷 딜론). 주얼은 눈물과 순진으로 위장하고 랜디에게 접근, 대뜸 둘이 동거에 들어간다. 주얼은 미모와 육체와 매력을 마음껏 사용, 남자들을 후려 원하는 것은 반드시 손에 쥐는 정체불명의 치명적인 백설공주로 꿈은 드림하우스를 갖는 것. 비록 낡아빠지긴 했지만 랜디가 집이 있기 때문에 순순히 자기 몸을 그에게 준 것이다.
랜디에게는 주얼이 평범한 여자에 지나지 않지만 랜디의 사촌으로 미끈미끈한 변호사인 칼(폴 라이저)에게는 주얼이 섹스의 심볼. 눈에 주얼의 젖무덤과 늘씬한 다리밖에 보이지 않는 유부남인 칼은 그래서 주얼을 정복하기 위해 집요하게 그에게 접근한다.
랜디가 주얼을 돕다 발생한 맥쿨에서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뚱보 홀아비형사 델링(존 굿맨)은 주얼을 보자마자 죽은 자기 아내의 현신이자 천사 같은 여자라고 믿고 역시 그에게 간절히 구애한다. 주얼은 섹스를 도구로 이용(폴 뉴먼이 나온 ‘차가운 손의 루크’의 세차장면을 도용한 부분이 섹시하고 우습다), 이 세 명의 봉들을 자기 목적을 위해 마음대로 조종하는데 랜디를 부려 남의 집을 턴 장물로 집 단장하는 주얼의 소꿉장난하는 순진성이 귀엽다.
마지막에 가서 랜디의 집(자기 집인데 쫓겨난다)에서 핼로윈 의상파티 차림을 한 듯한 주인공들이 마주친 가운데 벌어지는 만화처럼 요란한 총격전에 이어 YMCA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 영화에서는 총뿐 아니라 DVD 플레이어도 살인흉기가 된다)이 끝나면 세 남자는 주얼에게 실컷 농락 당하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셈이 된다. 마지막에 주얼을 차지하는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리브 타일러가 몸만 큰 소녀의 성적 욕망과 유혹을 터질 듯하니 과시하며 세 남자와 작품 전체를 능숙하게 유인하고 동정심이 가는 멍청하도록 순진한 맷 딜론과 존 굿맨 등 연기들도 뛰어나다. 매우 뒤틀리고 고약하면서 때로 초현실적인 분위기 마저 갖춘 영화로 촬영, 조명, 컬러, 의상 등도 좋다.
감독 해랄드 즈와트. 등급 R. October Film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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