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영화로 격상된 <친구>(씨네라인2, 곽경택 감독)가 할리우드의 화제작 <한니발>마저 흥행에서 꺾었다. 개봉 한 달이 채 안된 지난 달 28일 <친구>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세계적인 화제작 <한니발>,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멕시칸>, 평단의 전폭 지지를 얻은 한국 멜로영화 <파이란> 등이 일제히 개봉해, 모두 <친구>의 흥행 기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드러났다. <한니발> <멕시칸> 등도 <친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쉬리>가 <타이타닉>을 누르며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열었던 것과 똑 같은 분위기다.
△할리우드는 거칠었다
할리우드 직배 영화 <한니발>의 개봉 전 분위기는 매우 거셌다. 일부에서 ‘횡포’라며 씩씩거릴 정도로 배급에서 막강 파워를 휘둘렀다. <한니발>은 실제로 일부 주요 극장 쪽에 ‘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내주지 않을 경우엔 아예 상영 기회 자체를 주지 않겠다’ ‘최소 5주 상영을 보장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상영관 확보에 열올렸다.
그 결과는 <친구>의 상영관 대폭 축소로 이어졌다. 지난 달 28일 <친구>를 상영한 서울 시내 극장은 28개 가량(1일 좌석 총수 9,700석)으로 줄었다. 서울에서만 41개 극장, 62개 스크린(1일 좌석 20,000석)에서 시작했던 개봉 때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준 숫자였다.
대신 <한니발>은 47개 가량(1일 좌석 14,700석)에서 개봉했고, <파이란> 34개, <멕시칸> 28개관 등이었다.
이 정도 공세를 받으면 웬만한 영화는 주저앉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종상마저 완벽한 냉대를 받아 <친구> 흥행에 타격을 주리라 예상됐다.
△관객은 친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관객들이 <친구>를 지켰다. <한니발> <켁시칸> <파이란>이 개봉했던 지난 주말 <친구>가 또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중심 극장에서 <친구>는 여전히 빠른 기세로 매진을 기록하며 이틀 동안 11만 2,000여 명(서울)의 관객을 모았다.
다음은 <한니발> 7만, <멕시칸> 6만 명 순(이상 잠정 집계)이었다.
개봉 30일 째인 지난 달 29일까지 <친구> 관객은 전국에서 500만 명을 넘었다. 이제 국민영화가 된 셈이다.
<친구>는 부산이란 지역 특징을 그대로 드러냈음에도 호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친구> 관계자들은 "영화가 국민 통합의 가능성을 확인해줬다"며 더욱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투자사인 코리아픽쳐스(대표 김동주)의 모회사인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은 "호남 인맥 중심이란 오해를 받던 회사에서 부산 지역 정서를 진하게 간직한 작품을 만들었고, 또 그 작품을 국민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기쁘다. 흥행 성공보다 더욱 값진 성과"라며 기뻐했다.
△괘안타 우리넌 친구아이가 <친구> 신드롬은 투박한 부산 사투리를 전국적인 유행어로 만들기도 했다. 장동건이 빗속 거리에서 칼침을 맞아 죽으며 한 말 ‘고마해라’ ‘많이 뭇따 아이가’는 엉뚱하게도 정확한 표기와 발음 시비까지 불러 일으키며 단숨에 화제가 됐다.
장동건이 눈을 치켜뜨며 유오성에게 한 말 ‘내가 니 시다바리가’는 여자들까지 입에 올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앞으로 내 보면 피하소’는 광고 카피로도 차용되고 있다.
유오성이 수시로 한 말 ‘괘안타. 우리넌 친구 아이가’는 찐한 우정을 대변하는 주요 코드가 된 지 오래다.
<친구>에서 비롯된 유행어가 장동건 쪽 대사에서 많이 나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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