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3천여마일의 대장정. 뉴멕시코의 산악을 넘고, 오클라호마의 눈보라를 뚫고, 무엇보다 기나긴 외로움과 싸우며 그가 왔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씨(36). 지난해 9월12일 휠체어를 타고 LA를 떠나 미 대륙횡단에 나선 최씨는 10개주를 돌아 8개월만에 종착지인 워싱턴 D.C. 도착을 눈앞에 두고있다.
“한국의 장애인으로서 세계 최초로 미 대륙횡단에 성공했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대구에서 장애인 권익찾기 단체인‘밝은 내일회’를 이끌고 있는 최씨가 정상인도 힘든 대륙횡단에 나선 건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 역시 사지를 모두 못쓰는 1급 장애인이다.
지난해 9월12일 그는 미국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일행 3명과 LA를 출발,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를 거친 그는 뉴멕시코에 당도했다. 그러나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는 대파됐고 그는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허리와 골반을 다친 최씨는 진통제를 맞으며 10일간이나 여정을 계속하다 결국 눈물을 삼키며 멈춰섰다. 그게 10월1일. 최씨는 겨울내내 치료를 받아야했다. 다행히 그의 뜻을 가상히 여긴 모 한의원에서 무료치료를 해줘 금침 1천개를 몸속에 꽂고 최씨는 일어섰다.
3월4일 중단지인 뉴멕시코에서 다시 시작한 최씨는 오클라호마, 캔사스, 미주리, 일리노이, 인디애나, 오하이오, 웨스트 버지니아를 지나 12일 버지니아의 관문인 윈체스터에 도착했다.
수개월을 쉼없이 횡단하며 최씨는 입으로 휠체어를 조종하면서 하루 평균 40-50마일을 달렸다. 오전 10시부터 해질 때까지 그의 동행자는 한국서 함께 온 이경자씨(26, 장애인 자원봉사가) 한 사람뿐이었다. 나머지 일행 2명은 다른 일정 때문에 귀국했다. 이씨는 현대자동차에서 후원한 그랜저 XG300에 소형 트레일러를 달고 그의 뒤를 따랐다.
들판에서 밥을 해먹었다. 경비부족으로 음식도 풍족히 먹을 수 없었다. 숙소는 따로 없었다. 운좋게 모텔을 구하기도 했지만 차에서도 자고 교회에 들어가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한국서 싣고온 3대의 휠체어중 2대가 교통사고와 고장으로 나가떨어질 정도로 횡단은 간단치 않았다.
“오직 정신력으로 버텼다"는 최씨는 뉴멕시코의 고산지대 통과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눈이 섞인 비바람이 쏟아져 앞을 볼 수가 없었어요. 마주오는 차량과 충돌할까 두눈을 부릅뜨고 달렸지요. 나중에는 토네이도가 불어 휠체어가 날아갈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그를 견디게 힘들게 한건 외로움. “애리조나의 사막길이나 평원을 달릴 때 옆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말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너무 지루하고 외로웠어요."
한번도 만난 적없는 푸른 눈의 미국인들이 보여준 인심은 그의 희미해져가는 의지를 북돋운 자양강장제였다.
“미국은 무법천지란 소릴 들었으나 막상 사람들을 겪어보니 너무 순수했어요. 지나가던 미국인들이 제 사연을 듣고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격려해주기도 하고 한 경찰은 주머니를 털어 숙소를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동포분들도 가는 곳마다 격려해주고 돈도 보태주고 내 형제같이 맞아주었어요. 그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한번은 홈리스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 그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홈리스들은 그에게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했다.
최창현씨는 현재 국도 50번을 따라 D.C.를 향하고 있다. 도착예정일은 15일(화) 오전 11시. 그가 마지막으로 멈춰 설 곳은 백악관앞.
“미 대통령의 관저앞에서 한국인의 기상과 장애인들도 강인한 정신력만 있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세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도 희망하고 있다. 횡단도중 만난 어린이들이 대통령에 전해달라며 준 편지를 건네줄 책임이 있다는 최씨는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장애인 인권에 관한 메시지도 함께 전할 계획이다.
워싱턴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다시 뉴욕을 거쳐 로키산맥에 오르려고 한다.
서른한살까지 남의 도움없이는 한발짝도 집밖에 나서지 못했던 그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Stand on your own Feet!’ 휠체어에 붙은 격문처럼 그는 스스로 일어섰고 이제는 타인의 삶을 일으키기 위해 먼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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