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랑 루지’(Moulin Rouge)★★★★½
색깔과 시각 스타일 그리고 춤과 팝뮤직의 진탕 먹고 마시는 난장판으로 열병 속 비몽사몽간에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오색찬란한 환상 같다. 19세기 말 파리의 몽마르트르에 있는 유명한 색주가 물랑 루지(빨간 풍차)를 무대로 벌어지는 화류계의 알록달록한 방탕과 쾌락과 섹스 속에 꽃피는 지극히 정열적이요 희비극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린 뮤지컬이다.
내용이 ‘춘희’를 연상케 하는데 감독의 독창성과 상상력은 가히 광적이라 할 만치 자유분방하다. 약 먹고 취한 사람처럼 마음껏 창조성을 발휘해 현대와 과거, 극중의 극, 서양적인 것과 동양적인 것 그리고 노래와 춤을 뒤범벅을 만들어 호화찬란하고 충격적인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감관이 압도당할 만큼 동작과 리듬과 사치스러운 영상들이 해일을 일으키는데 마치 레드와인을 과음한 느낌이다.
지난 9일 개막된 칸영화제 개막작품으로 19세기 말의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과 시각으로 해석했다. 이야기는 붉은 대형 커튼이 열리고 닫히면서 시작되고 끝나는데 이런 처리와 함께 작품을 완전히 세트에서 찍어 영화라기보다 실제로 뮤지컬을 보는 기분이다.
카메라가 초고속으로 비행하면서 청년작가 크리스찬(이완 맥그레거)이 찾아온 물랑 루지가 소개되는데 내용은 크리스찬이 자기 경험을 글로 쓰면서 회상식으로 전개된다. 이어 경쾌하고 요란한 음악에 맞춰 캉캉댄서들이 외설스럽고 화려한 춤을 추자 관객들이 아우성을 쳐대는 모습을 땀 냄새가 나는 소음과 함께 카메라가 돌진하고 회전하고 오르고 내리며 잡아내면서 영화는 공격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요구한다(이 영화는 관객으로부터 매우 상반된 반응을 것이다).
물랑 루지의 주인인 거대한 체구의 지들러(짐 브로드벤트)가 애지중지하며 키워낸 이 클럽의 스타 사틴(니콜 키드만)은 연기파 배우가 되는 게 꿈.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사틴은 고급 창녀로 별명답게 다이아몬드를 좋아하는데 키드만이 몬로가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1953)에서 불렀던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를 섹시하게 노래한다.
순진한 사랑 지상주의자 크리스찬은 클럽에서 그네를 타고 노래하는 사틴(그의 소개장면이 어찔어찔하니 황홀하다)을 보고 첫 눈에 반하는데 사틴을 탐내는 또 다른 남자는 돈 많고 사악한 공작. 삼각관계로 속을 태우는 크리스찬을 도와주는 것이 난쟁이 화가 로트렉(존 레귀사모)과 그의 보헤미안 일당. 폐병을 앓는 사틴은 크리스찬을 사랑하지만 물랑 루지를 살리기 위해 공작을 선택한다.
리처드 로저스, 마도나, 존 레논, 스팅, 달리 파튼, 데이빗 보위, 엘튼 존을 비롯해 수많은 팝튠을 자유롭게 사용했는데 노래가 작품내용을 설명하면서 영화는 뮤지컬 속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갖춘다. 키드만과 맥그레거가 직접 독창과 듀엣을 부르고(파리 상공에 뜬 달도 노래하는데 음성은 도밍고의 것) 춤을 추면서 열연하는데 특히 키드만(앤-마그렛 같다)이 혼신의 정열을 쏟아 열연한다. 사틴이 크리스찬과 공작을 한방에 놓고 보여주는 ‘스리 스투지’식 코믹연기가 일품이다.
흥겨운 뮤지컬 넘버들이 스타일과 재치와 유머감각을 지녔는데 특히 마지막 인도영화를 모방한 ‘스펙태큘라 스펙태큘라’ 쇼는 눈부시도록 장려하다. 음악과 함께 때로 버스비 버클리 쇼를 연상케 하는 안무와 세트와 의상과 미술 등이 나무랄 데 없이 화려한 작품이다. 호주 감독 바즈 러만(셰익스피어의 로미오 + 줄리엣). 등급 PG-13. Fo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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