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통계 대부분 근거없어, 센서스상 통계 받아들여야
일리노이주 한인인구수가 지금까지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공공연하게 통용돼온 10만, 15만이 아닌 5만1,543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제부터라도 주먹구구식의 근거없이 부풀리는 추측성 통계를 지양해야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다.
시카고 한인인구 10만, 15만설은 그동안 한인사회나 주류사회 각종 행사등에서 한인기관, 단체장들의 인사말에 자주 들어갔던 단골메뉴다. 10년전 인구센서스상에서도 일리노이주의 한인인구는 4만1천여명에 불과했지만 한인들은 공식적인 통계수치를 믿지 않은 채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추측을 해왔으며 언제부턴가 기정사실화돼 버렸다.
이번 2000년 인구센서스 결과에는 누락자가 있고 불법체류자등 아예 포함되지 않는 인구부분이 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센서스 누락률은 평균 1.2%밖에 안돼 그 비율이 높지않은데다 불법체류자들 또한 어차피 공식통계상에는 잡힐 수 없는 부분이므로 이를 심각하게 감안한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요소다.
특히 일리노이주의 경우는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와는 달리 불법체류신분의 한인 유입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한인누락자(평균 누락률 1.2%를 적용할 경우 618명에 불과)와 불체자들을 아무리 늘려잡는다 해도 수천명이상은 넘을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렇다 해도 10만 또는 15만설과는 차이가 너무 나기때문에 설득력이 전혀 없다.
한인인구 10만, 15만설의 진원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국 외교통상부의 자료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외통부의 재외동포현황 자료를 보면 99년 현재 일리노이주의 한인인구는 14만1,526명으로 잡혀있다.
누군가 이 자료를 봤다면 한국정부기관이라는 공신력탓에 15만설을 신빙성있는 통계로 쉽게 착각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자료에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수, 주재원·자영업자·회사원·학생등 구체적인 직업별 한인수까지 자세히 나와 있어 얼핏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 통계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통계는 해외주재 각 영사관이 외통부 본부의 요청으로 매2년마다 갱신하는 것인데 각 영사관이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해서 수치를 뽑는 것이 아니라 관할 지역 한인회등에 협조를 요청해서 대충 만든, 다시말해 보고용 통계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전혀없는 것이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처음 담당했던 영사가 지역 한인회로부터 받은 대강의 자료를 토대로 기초자료를 만들었고 그 후로는 바뀐 영사들이나 본부측 담당자가 연 몇%씩 임의로 가
감한 것으로 확실시된다.
중서부 13개주를 관할하는 시카고 총영사관의 통계중 예를 들어보자. 미네소타주의 99년 한인인구수는 8,461명으로 잡혀있는데 미네소타주의 90년 인구센서스 자료만 보더라도 한인인구는 12,262명으로 집계돼 있다. 외통부의 자료만 보면 미네소타주의 한인은 9년전보다도 3천여명이나 줄어든 셈이다.
아이오와주도 마찬가지로 90년보다 300여명이 줄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일리노이주의 경우에는 너무 부풀렸고 이들 2개주는 아예 줄여버렸다. 이외에 다른 주들은 부풀린 정도가 적어 그나마 낫다. 이런 주먹구구식 통계를 바탕으로 미주전체 한인인구가 205만명으로 계산돼 버젓이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걸핏하면 인용되는 ‘200만 미주한인’ 진원지의 하나가 바로 외통부인 것이다.
이와관련, 총영사관의 관계자는 통계자료의 신빙성 결여를 인정하면서 근거없이 통계를 냈어도 지금까지는 최신 센서스자료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대충 넘어갔지만 금년에는 2000년도 센서스자료가 나와 비교가 되기 때문에 이미 요청받은 자료갱신을 엄두도 못내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관할지역의 한인인구를 통계낼 인력은 물론 지역 한인회에 협조를 구해도 그 쪽 역시 신빙성있는 자료가 없기는 마찬가지라 자료갱신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근거없이 부풀린 한인인구의 예는 이밖에도 한인커뮤니티 고유명절인 추석때 데일리시장실에서 밝힌 축하 공문 내용중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96년 추석당시 데일리시장이 10월16일을 ‘시카고 추석 경축일’로 선포한다는 축하 공문에는 한인인구가 12만5천여명으로 적혀 있다. 한인회 관계자는 시장실로부터의 공문인 만큼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이후 자연증가를 감안, 근래 한인인구를 15만정도로 추산했다고 전했다.
각종 행사때 한인회장의 인사말에 시카고지역 한인인구 15만이란 어구가 들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데일리시장실이 어떤 근거로 한인인구를 12만5천여명으로 파악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시장실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했을 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가까운 한인들에게 물어 추산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문을 한 한인인사가 자의적으로 그 정도쯤이라고 추산했고 이것
이 여과없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인인구가 많을수록 그만큼 유권자수도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한인커뮤니티의 세 과시란 측면에서 부풀리기가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센서스자료에서 공식적이고 정확한 수치가 만천하에 공개되므로 너무 상식이하로 ‘뻥튀기’한다면 오히려 불신을 당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센서스자료에 근거한 누구나 긍정할 수 있는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고 그에 버금가는 입지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해원기자 dhlee5@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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