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최고 화제의 블록버스터인 <진주만>은 엄청난 스케일을 앞세운 휴먼 멜로 드라마였다.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서 최초 공개된 <진주만>은 제2의 <타이타닉>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꿈꾸는 작품이었다. 엄청난 물량을 동원해, 그 동안 보여줬던 모든 영화 스케일을 능가하는 스펙터클 화면을 자랑했으나 정작 <진주만>이 주로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낙엽처럼’ 요동치는 인간의 운명이었다.
때문에 단일 스튜디오 사상 최대 제작비(1억 4,500만 달러)를 투입하고, 마이클 베이 감독,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자 등 블록버스터 제작 군단이 앞장서 초특급 블록버스터를 만들었지만 <진주만>의 카메라는 루스벨트 대통령, 영웅적인 파일럿에서 여군 간호사, 대전함의 흑인 식당병까지 다양한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2시간 50여 분이나 되는 러닝 타임의 중심 줄거리도 죽마고우 출신의 두 파일럿, 이들 사이에서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여군 간호사의 사랑과 우정이다. 이렇듯 기둥 줄거리를 ‘휴먼 멜로 드라마’로 설정했다고 해서 <진주만>이 작은 스케일을 ‘꼼수’로 위장하려는 ‘무늬만 블록버스터’인 것은 절대 아니다.
<진주만>이 보여준 전투 장면, 특히 평화로운 공간이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바뀌는 진주만 공습 장면은 영화 사상 최대 규모였다. 웬만한 특급 블록버스터가 길어야 10분 정도 스펙터클한 화면을 보여줬던 반면, <진주만>의 공습 장면은 무려 30분 가까이 관객을 압도했다.
6척의 항공모함, 각 2척의 전투함과 순양함, 9척의 구축함, 3척의 잠수함, 8척의 급유선과 물자 공급선, 423대의 폭격기를 동원한 일본군이 세계 최고였던 진주만의 미군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을 스크린으로 재현했으니 ‘압도’는 당연했다.
1941년 12월 7일 아침 6시 45분(미국 시간) 직전까지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웠다. 전쟁의 와중에 경제 이익만 챙겼을 뿐 아직 참전을 안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시각 이후 미국은 참전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사의 운명이 바뀐 ‘기로’ 앞에서 모든 인간들은 무력해 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제 전투 부상자를 본 적이 없는 여간호사는 수도 없이 밀려 오는 부상자의 비명에서 지옥을 목격한다. 당시 19~20세에 불과했던 미군 파일럿들은 이륙조차 못하고 비행기 안에서 전사하는 비극을 당한다. 이런 곳이야말로 인간의 영웅주의가 꽃피기 안성맞춤인 장소다.
<진주만>은 이런 대공습의 참화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영웅주의를 ‘쿨’하게 그렸다.
애국심으로 포장해 닭살 돋게 만드는 ‘오버’를 피해 <진주만>은 세계적인 흥행을 예감하게 만든다.
벤 에플렉, 조시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등이 출연했다.
호놀룰루(미국)=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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