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여건이 훨씬 좋은 공중파 방송들이 케이블 TV의 인기 프로그램 포맷을 모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창의력 빈곤과 안일한 제작방식을 비판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봄개편과 함께 신설된 KBS 2TV의「아름다운 리빙」(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 45분)이 매주 화요일마다 마련하는 ‘그녀의 만찬’ 코너는 요리전문 케이블TV 채널 ‘채널F’의「아름다운 식탁」(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과 매우 흡사한 방식이다.
지난 3월부터 방영된「아름다운 식탁」은 ‘푸드 컨설턴트’ 서지희씨의 진행으로 간단한 요리뿐만 아니라 아름답게 테이블을 꾸미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어 기존 요리프로그램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름다운 리빙」의 ‘그녀의 만찬’ 코너 역시 메인MC 허수경이 서지희씨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냅킨 접기 등 간단한 소품을 통해 테이블 데코레이션도 익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지희씨는 비슷한 포맷의 두 프로그램을 공중파와 케이블 두 군데에서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MBC「생방송, 음악캠프」와 iTV「Hot3 Big10」등 ‘스탠딩쇼’ 형식으로 구성되는 가요프로그램도 케이블TV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음악채널 m.net이 이들 프로그램에 앞서 지난 해 9월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Shocking m」을 통해 기존의 방청석 외에 스튜디오 1층의 빈공간에도 관객을 받아들이는 ‘스탠딩쇼’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 이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녹화하면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마치 콘서트 실황을 보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최근 각 공중파 방송의 오락프로그램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동물 키우기’코너는 여성채널인 SDN이 95년에 이미 사용했던 포맷이기도 하다.
이밖에 지난 97년 10월부터 아리랑TV가 방영하고 있는「퀴즈 챔피언」은 영어로퀴즈를 내고 영어로 문제를 맞추는 색다른 포맷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요즘은 공중파 방송의 오락 및 퀴즈 프로그램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개 맞선, 공개 다이어트 등을 다루는 코너도 케이블TV가 공중파보다 먼저 시도한 포맷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케이블TV가 공중파TV에 비해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케이블TV는 부족한 자본으로 인해 좋은 아이템을 갖고도 높은 완성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지만, 이러한 아이템들이 공중파로 가면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해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경우가 많다.
m.net의 한 관계자는 "풍부한 인력과 자금력을 가진 공중파 방송사들이 케이블TV에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여러 노하우를 공급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케이블TV가 개발한 포맷들을 공중파 방송에서 낚아채가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케이블TV를 통해 검증된 포맷을 가지고 안전하게 시청률을 보장받고자 하는 지상파 방송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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