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가 떨고 있다.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를 떨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 <신라의 달밤>(좋은영화, 김상진 감독)이다. 제작진이 ‘<투캅스> 수준으로 웃긴다’고 장담하는 코미디 영화가 왜 김혜수를 긴장시키고 있을까. 단순히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개봉일이 다가오며 느끼는 일상적인 긴장감은 아닌 듯하다. 그래서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햇살 화사한 오후에, 햇살보다 더 화사한 김혜수를 만났다.
얌전히 먹고 얌전히 나가라
영화 <신라의 달밤>은 고교 동창 두 명이 10년 뒤 완전히 역전된 직업으로 경주에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다. 차승원이 고교 시절 ‘짱’이었으나 지금은 고교 체육교사, 이성재가 고교시절엔 ‘범생이’였으나 지금은 폭력 조직의 중간보스로 등장한다. 이런 캐릭터의 역전이 웃음을 유발한다.
<신라의 달밤>은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코미디 영화 최고 흥행 기록(서울 관객 96만 명)을 세운 김상진 감독의 후속 작품이란 점도 흡인력을 지닌다.
<신라의 달밤>엔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또 하나 있다.
김혜수다. 극 배경인 경주에서 작은 라면집을 운영하는 아가씨가 김혜수가 선보일 새 모습이다. 나무젓가락을 비녀처럼 꽂아도 눈부시게 예쁜 김혜수를 놓고 이성재와 차승원은 ‘격전’을 벌인다. 김혜수는 조직 폭력배를 막내 동생 다루듯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너무나 김혜수 다운 것이 약간 불만인 김혜수김혜수는 유독 영화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벼르고 있었다. ‘작업 환경이 급속도로 좋아지는 영화 쪽에서 꼭 이름에 걸맞는 작품을 하겠다’고. 그러던 차에 <신라의 달밤>을 골랐다.
김혜수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전도연과 다른 점은 ‘너무나 김혜수답다’는 것이다. 전도연은 어느 한 쪽의 이미지로 강조되지 않아 비교적 다양한 변화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김혜수는 섹스 어필하는 건강 미인, 활기 넘쳐서 남자를 압도하는 여자 등 일부분이 강하게 도드라진 스타일이다.
강한 개성이 단점일 순 없다. 그러나 지금의 김혜수에겐 약간 불만이다. 장점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으나 새 이미지를 찾으려면 자신의 강한 개성보다 훨씬 강렬한 작품을 선택해야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혜수가 코미디 영화 <신라의 달밤>을 고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담대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요즘 긴장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김혜수가 깨달은 무섭고 힘든 연기 하나김혜수는 "떨고 있다고 해서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배우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긴장된다는 얘기다"며 "일부 배우들이 가끔 변신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나는 자기를 버린 완전한 변신이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창조해내는 것이 배우의 최종 목표 아닐까.
<신라의 달밤>이 내겐 그런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를 새삼 고민하는 김혜수는 <신라의 달밤>에서 ‘무섭고 힘든’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화면 속에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자기 존재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연기가 있더라. 예컨대 <캐스트 어웨이>에서 헬렌 헌트는 초반과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톰 행크스의 무인도 생활에 할애된다. 그러나 러닝 타임 내내 헬렌 헌트는 자기 존재감을 불어넣고 있다. 두 남자 이야기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신라의 달밤>에서 바로 이런 연기를 고민했다."
그런 고민 때문인지 김상진 감독은 "김혜수가 무지하게 웃긴다. 코미디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웃음만큼 훌륭한 연기가 있겠느냐"고 입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
송영신 기자 yssong@daily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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