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밍고 소재 각종 장식품 전국적으로 유행
메릴랜드에 사는 캐시 파머는 플로리다에 사는 어머니의 생일을 기념하여 56마리의 분홍색 플래스틱 플라밍고(홍학)를 대여하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통화가 되어도 모든 상점이 분홍 플라밍고를 갖추고 있지는 않으므로 56마리를 한꺼번에 구하기는 쉽지 않다. 또 있어도 판매용이지 대여용은 아니다.
캐시는 금요일에 어머니 집에 홍학을 가져다 숨겨 놓고 자정쯤 몰래 빠져나와 잔디밭에 모두 세워놓았다가 그런 일은 상상도 하지 않았을 어머니가 토요일에 일어나 마당에 가득한 화려한 홍학을 보고 깜짝 놀라게 할 계획이다. 물론 어머니의 마당은 좁아서 그 많은 홍학을 다 세울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은 데다가 어머니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와 홍학을 쫓아버리려 할지도 모른다.
1957년 10월호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 칼튼 밋첼이 쓴 ‘분홍빛 발레리나’에 의하면 인간에 의해 최초로 묘사된 것으로 알려진 홍학은 기원전 5000년께 스페인의 신석기시대 동굴 벽화다. 미국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플라밍고에 매료된 사람들이 증가해 왔다. 특히 해마다 이 무렵, 저항할 수 없는 봄의 광채가 대지를 가득 메우면 홍학은 겨울에 지친 영혼들을 신선한 기쁨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 채우는 특별한 효력을 발휘한다. 캐시도 그중 한 명이다.
클리블랜드와 시카고에서 ‘플라밍고 서프라이즈’를 운영하는 랠프 파지오는 미국 사람들의 플라밍고 사랑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주문을 받으면 파지오는 사람들을 데리고 자정쯤 마당으로 몰래 들어가 플래스틱 홍학이나 소, 황새 등 74가지 아이템을 풀밭에 꽂아 장식을 해준다. 그런 주문은 샌프란시스코, 오클라호마시티와 애틀랜타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합쳐 하루 30~100건 정도 들어온다.
메릴랜드주 헤이거스 타운에서 웹사이트 ‘플라밍고 매니아’를 운영하는 스티브 콜비는 장사가 아주 잘된다고 말한다. 잔디밭 장식만이 아니라 홍학 모양의 알로하 셔츠, 액자, 변기 청소용 솔 꽂이와 널리 유행하고 있는 ‘멍청이 홍학 모자’까지 판매한다.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일 호엘(39)은 집안에 2,000개의 홍학 관련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 "아래층 스튜디오의 커튼, 가구, 사진, 미술품 등을 온통 홍학으로 장식했더니 친구나 이웃들이 이 집에서는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고 말해요" 호엘은 마당의 홍학들을 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현관으로 다가가면 보이도록 덤불 뒤에 감춰 이웃사람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했다.
그런가하면 홍학을 이용한 조경 요령과 플라밍고 댄스 정보 및 홍학 수리 가이드를 제공하는 ‘고인 연못’이란 사이트(www.ospsitecrafters.com)’도 있고 댄과 도나 플래미언 부부가 1997년 연 ‘분홍 홍학’이란 사이트(www.thepinkflamingo.com)에서는 홍학 깃발, 연, 바람개비, 우편함, 머그잔, 펜, 매단 장식물, 귀걸이, 생일카드 등을 판매하며 50개의 정원용 홍학을 100달러에 대여한다.
수집가인 호엘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의 홍학 열광은 플로리다의 하이얼리 경마장이 1920년대에 카리브 연안에서 진짜 홍학을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유복한 사람들이 곧 자기들이 플로리다 휴양지에 다녀왔음을 과시할 겸 금속, 청동, 나무로 된 홍학 장식물을 자기 집 마당에 꽂기 시작했지만 일반인들은 50년대의 플래스틱 테크놀러지와 함께 한 천재의 도래를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널리 사랑을 받는 반면 매도도 당하는 정원용 홍학은 1957년 단 페더스톤(65)이 착안, 디자인, 조각한 것이다. 당시 미술학교를 막 졸업하고 동물모양 실크스크린을 만들던 매서추세츠주 리오민스터 소재 ‘유니언 제품’사에 취직했던 그는 입체 동물모양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당시 가장 많이 팔리던 오리에서 시작, 모든 아이템을 플래스틱으로 변화시켰다.
유니언에서 40년을 근무한 후 지금은 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페더스톤은 600종 이상의 동물 모양을 디자인했는데 그의 분홍 홍학은 2,000만개 이상 판매됐으며 1999년에는 사람들이 보낸 여러 가지 재미있고 아름다운 포즈를 취한 홍학 사진을 담은 ‘오리지널 핑크 플라밍고: 잔디 위의 광채’(The Original Pink Flamingos: Splendor on the Grass)라는 책도 냈다.
한편 캐시 파머는 마침내 게인스빌에서 홍학을 대여해 주는 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홍학을 픽업해 숨겨 놓았다가 마이크가 밤 11시 30분쯤 마당에 꽂았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 아무도 홍학 얘기를 꺼내지 않고 그냥 마당앞 창의 커튼을 열기만 했다. 캐시의 어머니 베티 베네딕은 창문 앞으로 두 번이나 지난 후에야 홍학을 발견하고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하며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상황을 파악하고 행복해서 크게 웃으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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