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보고, 피서도 즐기세요"
`영화광’인 회사원 H(여.32)씨는 주말이면 심야 영화관을 즐겨 찾는다. 평소 퇴근 시간이 늦어 영화 볼 짬을 낼 수 없는데다 주말 낮시간이면 `입소문이 난 영화’는 일찌감치 매진돼 종종 헛걸음을 해야했기 때문.
"싼 값에 최신 영화 3편을 볼 수 있고, 영화 한 편이 끝나면 15분 정도 쉬는 시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간식도 먹고 영화 감상도 이야기하고...마치 영화제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한 여름을 방불케 하는 때 이른 더위로 밤잠을 설치는 요즘, 심야상영관이 영화도 즐기고 더위도 피하려는 실속파 `올빼미족’들로 붐비고 있다.
<진주만> <썸원 라이크 유>같은 최신 영화 세 편을 두 편 가격인 1만4천원(할인권 지참시 1만원)에 볼 수 있는 심야관을 운영하는 `스타식스 정동’은 야간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과 혼자 분위기를 낸 `나홀로족(族)’들 사이에서 꽤 인기다.
오후 11시 50분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영화가 상영돼 웬만한 `영화광’이 아니고서는 지칠 법도 한데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봐서인지 `시덥지않은’ 장면에서도 곧잘 폭소가 터져나오는 등 관람 열기는 오히려 낮보다 뜨겁다.
스타식스 정동의 김지은 홍보팀장은 "주말의 경우, 극장 5개관과 인근 정동이벤트홀까지 3천여석이 낮 12시면 모두 매진된다"면서 "예전에는 `철지난’ 영화들이 주로 걸렸지만 요즘에는 최신 영화들을 상영하기 때문인지 관객들의 반응이 거의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주로 여름철에 공포영화를 이벤트 형식으로 상영했던 심야 영화들은 이제 메가박스, MMC,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등에서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름이면이들의 심야 좌석 점유율은 낮 시간대의 70%에 이른다.
심야 영화를 즐긴다는 영화평론가 김소희씨는 "낮에는 영화를 보고 난 뒤 극장문을 나설 때 어둠에서 갑자기 환한 대낮으로 바뀌어 심한 단절감을 느끼는데 심야영화는 이런 단절감을 줄일 수 있어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상영된 심야영화는 통금이 해제되고 1982년 극장에 걸린 <애마부인>. 그 뒤 주로 에로물 위주로 심야 영화가 붐을 이루다 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폐지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98년 4시간 40분짜리 공포영화 <킹덤>이 심야 상영에 성공하면서부터 다시 심야 영화는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워낙 긴 영화라 낮시간에는 2회 밖에 상영할 수 없자 고민하던 끝에 착안한 것이 `대박’을 터뜨렸던 것.
이를 계기로 심야상영관은 그동안 `밤문화’에 목말라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떠오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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