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한국 소설가협회 출범
▶ 창립동기 ‘뒷말’ 무성 - 사심없는 자세 아쉬워
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장 조정희)가 3일 창립됐다. 본보 문예공모전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간지 신춘문예 입상자들이 합류해 협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시나 수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져있는 소설의 활성화라는 점에서 이번 창립은 크게 환영할 만 하다. 시인협회, 수필가 협회와 더불어 3개 문학 장르 모두 전문 단체가 결성돼 미주 문단이 새로운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주한국소설가협회의 태동이 ‘한미소설가협회’ 창립 준비를 알리는 본보 보도가 있은지 불과 3일만에 불쑥 튀어나와 문단에 적지 않은 술렁임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미소설가협회’는 지난달 28일 이언호 미주크리스찬문인협회장과 한국 소설가 노수민씨, LA소설가 박중조씨, 이자경씨가 발기인으로 한국소설가협회(회장 정을병)의 지원을 받아 6개월여의 완충기간(회원영입 및, 인재발굴등)을 가진 후 늦어도 내년봄까지 미주지역 첫 소설가들의 전문단체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미주한국소설가협회가 창립됐다는 소식에 "한 장르에 2개의 협회는 필요없으므로 창립 준비를 취소하고 지켜보겠다"고 알려왔다.
이에 대해 미주한국소설가협회 태동에 관계한 한 문인은 "소설을 모르는 사람들이 협회를 만든다는데 그냥 맡겨둘 수는 없었다"며 "소설하는 사람들이 바지저고리가 되서는 안되며 옥석을 가릴 줄 모르는 신인들을 위해서라도 고육지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을 순수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금년초 이민소설집 발간의 주도권을 놓고 벌였던 일부 문인들의 반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를 쳤다"느니 "뒤통수를 때렸다"는등 과격한 말이 오갔고 아직까지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을 정도로 격한 감정대립으로 치달았던 것을 문단에서는 잘 알고 있다.
LA의 문학 인구(등단 절차를 밟은 문인)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이중 활발하게 공부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문학인은 그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을 놓고 무려 10곳에 육박하는 단체가 있어서 대부분 문인들이 2~3개 단체에 이름을 올려놓고 ‘겹치기’로 활동하고 있다.
몇 안되는 문인간의 반목과 분열현상의 근본원인을 미주 문단의 선배급 중견작가들의 파벌싸움에 돌리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한 전직 문인단체장은 "선배답지 않게 배타적인 풍토를 조성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후학을 이끌고 키워주는 자세가 아쉬운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풍토를 "인격의 문제"로 규정하고 "평행관계에 입각한 동료의식"을 강조하면서 "문단을 화해와 발전으로 이끌어가는 선배들의 사심없는 자세"를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번 소설가협회 발족을 적극 도왔던 한 문인은 "소설가 협회 발족 배경을 반목과 질시 차원으로 보면 잘못"이라며 "행사 뺏어가기등 문단 질서 파괴 행위를 자행하는 문인들에 대한 단호한 대처"라고 질타했다.
배경이야 어찌됐던 미주한국소설가협회는 이미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다른 장르보다 뒤처진 소설 장르의 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연구하고 모색하는 일이다. 이름만 걸어놓고 별다른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협회 출범에 관계하지 않은 소설가들의 적극적인 영입과 함께 창단을 준비했던 ‘한미소설가협회’ 관계 문인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포용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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