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영화화하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다.
소설의 소재나 구성, 캐릭터 등이 영화로 바꾸기 쉬울 때이며 또 하나는 베스트셀러의 경우 광범위한 잠재적 관객층을 미리 확보할 수 있기때문이다.
지난 해 영화 <공동경비구역JSA>가 소설 「DMZ」를 영화화 해 대박을 터뜨린 이후 최근 소설들이 영화로 속속 옮겨지고 있다. 역사소설부터 멜로, 미스터리 액션등 장르도 갖가지다.
<미인>이후 잠시 주춤하다 최근 들어 다작(多作)을 기획하며 재기를 노리고있는 영화사 `기획시대’는 이원호의 동명 역사장편소설 「계백」을 영화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백제 말기 신라의 김유신에 맞서 수차례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결국 황산벌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던 백제 말기의 장수 `계백’을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한반도와 일본, 광활한 중국 대륙을 넘나드는 스케일 큰 액션과 함께 계백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담는다는 계획이다.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중국과 일본, 홍콩 등과 합작을 추진 중이며 <무사>의 70억원을 뛰어 넘는 국내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무사>에 공을 쏟고 있는 싸이더스도 지난 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만교씨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이 작품은 사회 관습에서 일탈한 두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 갖는 환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주인공 `나’는 `그녀’와 맞선 본 날 곧바로 섹스를 하고, 이 후 둘은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면서 가벼운 만남을 지속한다. 현재 시나리오와 캐스팅 작업 중이며 올 연말께 크랭크인 한다.
<친구>의 투자.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도 최근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미스테리 액션물「사월」을 영화화하기로 저자 이진영(45)씨와 구두 합의했다.
<사월>은 장동건, 김희선 주연의 영화 <패자부활전>을 제작하기도 했던 이씨의 `늦깍이’ 소설 데뷔작으로,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 속에 한국 현대사를 설득력있게 녹여냈다. 처음부터 영화제작을 염두에 두고 써서인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가하면 영화배우 방은진씨는 다양한 여성과 벌인 정사의 추억을 한 데 묶은연작 소설 「떨림」(마르시아스 심 지음)으로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또 고엽제 후유증 문제를 다룬 이대환씨의 장편「슬로우 불릿(Slow Bullet)」도 시나리오로 옮겨지고 있다. 제작은 조우필름(대표 조종국)이 맡는다. 현재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모임’ 소속의 방현석,김형수씨가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으며, <공동경비구역JSA>의 박찬욱 감독이 연출자로 내정돼 있다.
이밖에 PC통신에 연재됐던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엽기적인 그녀>나 베스트셀러 <국화꽃향기>등도 현재 영화화되고 있는 작품들.
그러나 인기를 끈 소설들이 반드시 영화의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 같다. 200만명의 독자를 울렸던 소설 <아버지>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대표적인 예.
영화 관계자들은 "원작에만 충실하면 개성이 없는 모방작에 그치고, 또 영화적개성만을 내세우면 원작을 전혀 이질적인 작품으로 왜곡시킬 염려가 있기때문에 소설의 내용과 분위기를 살리면서 동시에 별도의 창작성을 첨가해 조화시키는게 가장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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