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체증속에서 업무보는 새 풍속도 등장, 인터넷 접속 셀폰이용-사고위험이 문제
90년대의 경제호황 이후 도로상의 차량 숫자가 전례없이 많아지면서 교통체증도 계속 심화되고 있다. 특히, 뉴욕같은 대도시 교외지역에 사는 자가용 통근자들은 극심한 차량정체에 갖혀 한 두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예사다.
요즘 일부 운전자들은 정체된 도로상에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긴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맨해턴에서 개업중인 변호사 자리드 거파인이 그 대표적 경우다.
거파인은 가장 중요한 회의나 상담일정을 사무실이나 점심시간 보다는 교통체증에 갖힌 도로상의 차안에서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는 특히 노트정리가 많이 필요없는 중요한 결정들은 일부러 오후까지 미뤄 놓는다. 퇴근길 맨해턴에서 롱아일랜드 햄톤스의 집까지 귀가하는 도중, 자신의 BMW 차안에서 결정을 내리기 위함이다.
거파인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정체된 도로상의 차안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다고 말한다.
"집이나 사무실에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열 너덧 가지나 되어 정신집중이 제대로 안된다. 그러나, 차안에 있으면 셀룰러폰으로 전화하는 일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다. 더구나 약간씩 전진하면서 하는 전화대화는 심리적으로도 사람을 진취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거파인은 차안에서 보는 사무의 장점을 이렇게 예찬한다.
이같은 독특런 현상은 특히, 각종 첨단 엑서사리로 무장한 고급차 소유자들 가운데서 두드러진다.
이들은 차안에 설치된 인터넷 접속가능 컴퓨터, 위성수신 셀룰러폰, CD 시스템, 글로벌위치확인 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마음대로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오늘날 교통체증 심화는 미국전역의 대도시 주변에서 벌어지는 전반적인 현상이다.
특히, 뉴욕의 맨해턴과 롱아일랜드를 연결하는 롱아일랜드 익스프레스웨이는 상습적인 교통체증 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뉴욕주 교통국에 따르면, 이 구간에서는 러시아워 시간에 약 80만대의 차량이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체증 자체가 유쾌한 경험이 아닌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교통체증을 최대한 선용함으로써 체증에 대해 더 잘 인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옛날 차들과 요즘 차들의 차이를 비교할 때 이같은 현상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과거의 차들은 시트도 대개 천시트였고, 차안의 엑서사리도 라디오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 차들은 운전자들의 짜증을 분산시킬 만한 여러 장비들을 내장하고 있다. 시트도 웬만한 고급차들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서 피로도를 줄여준다.
한동안 교통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관용 수준’ 이라는 교통원칙이 금과옥조처럼 통용됐었다. 즉, 교통체증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설만큼 심화되면, 상당수 운전자들이 좌절한 나머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수단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차량의 고급화와 각종 첨단장치 덕분에 운전자들의 교통체증 관용수준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맨해턴과 인접한 뉴저지주 하워드 거주 조엘 펠린저도 자신의 유틸리티 차량을 달리는 사무실로 전용하는 케이스다.
"맨해턴을 불과 12마일 앞두고 한시간 반을 도로상에 갖혀 있어야 한다면, 그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펠린저는 주장한다.
그는 아침에 집을 출발하기 전, 10분간 차안에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장비를 설치하고 확인한다. 펠린저는 사업상 세 개의 셀룰러폰을 사용하는데, 각각의 전화에 그날 통화할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사전입력시킨다. 그의 한달 셀룰러폰 전화비용은 평균 1,000달러나 된다.
그러나, 펠린저는 운전자들이 차안에서 운전 외의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보면 사고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최근 수년 동안 운전중 셀룰러폰 사용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안전사고에 관한 우려도 크게 증폭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지방정부들은 운전중 셀룰러폰 사용을 금지시킨 곳도 있다.
롱아일랜드 이스트 햄톤스에 거주하는 델라 페미나는 차안에서 갖혀 있는 동안 CD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는 차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 감상하는 일에 큰 재미를 느끼고 있다. 페미나는 혼자일 때는 벤츠 컴버터블을 운전하고, 가족과 함께 움직일때는 벤츠 SUV를 운전한다.
"차안에서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인생의 큰 즐거움이 아닌가. 통근시간이 네 시간이 걸린들 큰 대수인가"
페미나는 반문한다.
그가 거주하는 이스트 햄톤스에서 맨해턴까지는 약 100마일 거리인데, 교통체증이 없을 경우 보통 2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평범한 차를 타고 다니는 운전자들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롱아일랜드 소재 한 대학에 다니는 이스라엘 조프는 97년형 소형 새턴을 몰고 다닌다. 그는 교통체증이 있을때마다 짜증을 내곤 하지만, 아버지의 신형 렉서스를 탈 때는 어린 양처럼 온순해 진다. 이를 두고, 조프는 "마치 비행기의 일등석과 3등석 차이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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