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캐처’(Songcatcher)★★★★(별5개 만점)
미국 고유의 민요와 문화 그리고 옛것을 지키며 사는 산사람들에게 바치는 아름답고 정성어린 헌시로 보기 드문 내용과 좀처럼 듣기 힘든 노래들을 지닌 음악이 흐르는 산수화 같은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아, 미국에는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하는 경이감과 함께 심금을 울리는 매우 신선하고 아름답고 슬픈 민요들을 듣자니 마치 옛 전설을 대하는 듯한 신비감에 빠지게된다.
각본을 쓴 여류감독 매기 그리윌드(비슷한 분위기의 ‘작은 조의 발라드’ 감독)의 집념과 정열이 작품 전체에 가득 배어 있는데 이런 경험하기 힘든 고귀한 영화를 만든 그녀에게 감사를 돌릴 만하다. 아팔라치아의 흐드러지게 풍성한 풍광과 알찬 내용 그리고 좋은 연기 등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로 특히 흡족한 것은 아팔라치아 산사람들이 부르는 산에서 지어지고 전수된 민요들이다(엔드 크레딧의 노래를 부르는 에밀루 해리스와 함께 타지마할 등 일류 블루스 가수들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해 노래하고 나머지 배우들도 직접 노래 부른다).
1907년. 미 동부의 대학교 음악교수 릴리(재넷 맥티어)는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승진에서 탈락하자 짐을 싸들고 동생 엘나(제인 애담스)가 오두막학교 교사로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아팔라치아 산골로 떠난다. 릴리는 산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자기들만의 생활을 하고 있는 산사람들의 노래를 채취하려고 왔다(제목은 여기서 온 것).
밴조 연주자요 민요를 잘 부르는 건장한 미남 홀아비 탐(에이단 퀸) 등 산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외지 여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달가워하질 않는다. 그러나 강철같은 의지의 여인이요 정열적인 릴리는 산동네 대모격인 탐의 할머니(팻 캐롤)와 이 집에 얹혀 사는 고혹적인 고아 소녀 델라디스(에미 로섬)의 도움을 받아 산 속 민요 채취에 나선다.
델라디스는 특히 많은 민요를 잘 불러 릴리는 소녀가 노래하면 그것을 악보에 옮겨 적는데 릴리는 이어 대형 축음기를 도시서 배달 받아 수레에 싣고 산동네를 헤집고 다니면서 노래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릴리는 산사람들의 삶과 음악과 노래에 점점 동화돼 그들처럼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이같은 정성과 열정에 감동된 탐과 사랑을 불태운다.
노래와 사랑 외에도 동성애와 전통과 진보간의 갈등 또 여성의 자립 등도 다룬 페미니스트 작품으로 17세기 때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및 영국에서 이민 와 아팔라치아에 정착한 사람들이 남긴 생활노래들인 민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오늘날 팝송과 컨트리송의 원조인 민요들은 산사람들의 나날의 고단한 일상과 사랑, 상심과 그리움 등을 얘기하는데 아주 단순하면서도 고독하고 또 산속 샘물처럼 신선하고 시원해 영혼이 다 청량해진다.
맥티어와 캐롤의 연기가 튼튼하니 좋은데 이 영화로 데뷔한 소녀 오페라 가수출신 로섬의 연기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할리웃식 결말이 결점이나 내면을 풍요롭게 해주는 고요하면서도 정열적이요 또 매우 육감적인 작품이다. 등급 PG-13. Lions Gate. 선셋5, 웨스트LA 파빌리언, 타운센터(코스타메사와 엔시노),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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