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밴드중 하나인 U2의 리드싱어로 활약해온 보노는 밤이면 콘서트에서 긴 머리에 귀걸이, 군화를 신고 열광하는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그가 똑같은 차림으로 낮에 만나는 팬들은 U2의 최신 히트곡 같은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제시 헬름스 연방상원의원, 제임스 울펀슨 세계 은행장, 폴 오닐 연방 재무부장관 등 워싱턴의 거물들은 세계의 최극빈국들이 부채의 나락을 헤쳐나오도록 도울 방안에 관한 보노의 의견을 듣고 싶어한다. 록스타 보노는 너무나 중요하지만 불가해한 문제라 정책의 귀재라도 손을 들고 마는 제3세계 부채 문제에 관한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록 가수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동등한 존경을 받는 로비스트라는 사실은 워싱턴 정계에서도 특이한 일이다. 보노는 캘리포니아 출신 바버라 박서 민주당 상원의원에서 보수적인 헬름스에 이르는 정치가들과 친분이 있는데 특히 헬름스의원은 워싱턴에서 열린 U2의 콘서트에도 들렀고 보노를 위해 9명의 상원의원들을 초청한 오찬까지 마련했다.
낮에는 개혁운동가, 밤에는 가수라는 독특한 신분을 가장 즐기는 사람은 사실 보노다. 최근 워싱턴 공연기간에도 수차례 정치모임에 참석한 보노는 또한 록과 정치 사이의 중요한 연결 고리를 지적한다. “이런 문제는 대중적이 되지 못하면 정치화할 수 없다. 부채탕감 문제를 눈에 띄게 하려면 가수인 내가 교황, 또는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3세계 제국의 부채를 탕감해줄 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두가지 도덕적 질문을 내세운다. 첫째는 세계의 가장 가난한 41개국에 지난 30-40년동안 진 2,000억달러 가까운 빚을 갚으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다. 그 돈의 대부분은 냉전시대 서방 세계의 후원을 받던, 이제는 사라진지 오랜 독재자들의 손에 들어가 버렸는데도 말이다. 두번째는 이자 부담때문에 이들 국가들의 생활수준 개선 능력이 마비되는데도 상환 요구가 정당하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채는 미국이나 다른 부유한 나라 납세자의 돈을 가지고 융자해주는 IMF와 세계은행에 지불돼야 한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과연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에 의문을 표시한다. 이 나라들이 부채의 부담에서 벗어나면 더 많은 돈을 다시 융자, 또 부채에 몰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노와 지지자들은 엄격한 조건을 제시, 그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IMF와 세계 은행은 1996년부터 경제, 사회 개혁을 실시하는 나라들에 일부 부채 탕감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22개국이 340억달러의 부채를 경감했는데 여기에는 그 돈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쓰이는지, 부패한 지도자가 착복하는지를 국제감시단이 감시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부채 경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일은 긴급하고 절박하다고 주장한다. 스펜서 바커스 하원의원(앨라배마, 공화)은 “세계 극빈국에서는 매일 기아와 예방가능한 질병때문에 4만명씩 죽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부채에 대한 이자 때문에 지출되는 돈이 아프리카에서만도 일주일에 2억달러가 넘는다면서 아프리카는 HIV/AIDS 때문에라도 부채 탕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정부가 4억2,500만달러의 부채를 탕감해준 법 제정에 앞장섰던 바커스의원은 이 법안 추진중 만난 보노가 “문제를 소상히 알고 있어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보노는 1985년, 아프리카 기아해결을 위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이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아내 알리와 함께 이디오피아를 방문, 콘서트 성금 2억달러가 얼마나 빨리 고갈되는가를 지켜보고 이자 상환에 대해 알게 된 그는 몇년전 부채경감 운동에 대해 알게 됐다. 성경의 레위기에 나오는 ‘희년’의 개념을 내세워 ‘2000년 희년(Jubilee 2000)’이라는 단체를 만든 한 사회운동조직을 통해서였다.
하버드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와 같은 전문가들에게서 부채 경감의 문제를 배우고 자신의 유명세를 이 일을 알리는데 사용한 보노는 199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도 만나 이 문제를 논의, 교황이 보노의 선글래스를 쓴 사진이 다음날 전세계의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활동과 지식의 폭이 넓어지면서 보노는 더욱 조용히 행동, 부채 경감 운동의 신실한 지지자로서 신빙성을 얻었다. 컨서트 틈틈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관계 기관들을 방문하며 전략적이고 현실적으로 할 일을 하는 그의 성실한 태도와 종교적 자세가 헬름스의원 같은 팬을 만들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시작하여 오는 22일까지 미국내 34개 도시에서 완전매진리에 50차례 열린 U2의 ‘엘리베이션’ 투어 공연장에는 ‘희년 USA 넷트웍’이 관람객들에게 이 문제와 관련한 정보를 나눠주고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기 위한 콘서트 참석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팬들은 그의 정치활동을 열렬히 지지한다. 관람객 로라 반스(26)는 “보노는 중요한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자신의 유명세를 사용한다. 그래서 나는 그의 쇼를 보느라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밴드 동료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이지만 정치가들에 대한 의심이 자기보다 더 많아 나서지 않을 뿐이라는 보노는 “부채탕감은 새로 시작할 권리,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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