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와 전사’(The Princess & The Warrior)★★★★½(별5개 만점)
독일의 젊은 감독 톰 티크베르는 자신의 톡톡 튀는 영화 ‘달려라 롤라 달려’(Run Lola Run·1998)에서 운명과 우연의 이야기를 세개의 변주곡 형태로 다뤘었는데 이번에도 그것들에 의해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보다 성숙한 솜씨로 아주 풍요롭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지순한 마음을 한 바보처럼 순진한 처녀와 깊은 마음의 상처를 지닌 청년이 운명인지 또는 우연인지 모를 필연에 의해 만나 서로를 구해주고 치유해주고 또 사랑하면서 재생해 활짝 피어나는 이야기가 마치 우화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제목에서부터 동화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비상한 독창력을 지닌 영화로 로맨틱하면서 스릴 있고 또 코믹하면서 우수가 깃든 사랑의 찬가다.
시시(’달려라 로라 달려’의 프랑카 포텐테)는 작은 도시 부페르탈(감독의 고향)의 정신병원서 일하는 간호사. 환자들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고 또 정성을 다해 그들을 돌봐 줘(터무니없이 헌신적이다) 모두가 천사 같은 시시를 좋아한다.
눈물을 잘 흘리는 보도(벤노 퓌어만)는 전직 군인으로 마음의 깊은 상처 때문에 늘 슬프고(터프가이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꽃잎에서 이슬 떨어지듯 하니 아름답다) 분노해 있는 말없는 남자. 도시 밖 언덕 위의 오두막에서 형과 둘이 살면서 막일을 하는 서푼짜리 범법자다.
어느 날 경찰에 쫓기던 보도는 달리는 유조차에 올라타는데 이 유조차가 길을 건너던 시시를 치면서 두 남녀는 대형 유조차 밑에서 만나게 된다. 보도는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는 시시의 목에 구멍을 뚫고 빨대로 피를 빨아내 살려낸 뒤 바람처럼 사라진다. 이때부터 시시는 자기를 살려준 보도를 끈질기게 찾기 시작하는데 힘들게 찾아낸 보도는 시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시는 결사적으로 보도를 따라붙는다.
운명은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 범죄를 저지르던 보도가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시시로 하여금 그를 구해내게 하고 보도는 시시에게 이끌려 정신병원 환자로 숨는다. 그러나 시시를 자기 여자로 생각하는 정신병자의 고발로 보도와 시시는 함께 도주하기 시작한다.
보도는 몽유병자로 나오는데 이 영화는 꿈(악몽과 함께)이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 꿈과 운명과 우연과 사랑의 이야기가 가슴이 울렁댈 정도로 다정하고 순수하고 또 아름답고 애틋하니 묘사됐는데 결국은 모든 것을 극복해낼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찬양하고 있다. 라스트신이 참 기분 좋다.
각본도 쓴 티크베르(매우 재치 있고 재주 있는 감독이다)가 공동으로 작곡도 했는데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연상케 하는 집요하고 불안한 곡조가 인상적이다. 음악과 영상미와 함께 나무랄 데 없이 보기 좋은 포텐테와 퓌어만의 연기가 훌륭하다.
성인용. Sony Pictures Classics. 7월 12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 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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